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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맥코이 "Hang on sloopy", 펑크 록의 기원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13]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미스터 김. 이 음반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오빠의 첫 번째 앨범이에요. 제 마음을 담아 선물로 드리고 가니 즐겨 들으셨으면 해요. 그간의 후의에 감사드리고 정녕 이 공간을 잊지 못할 거 에요. 부디 안녕히 알렉스>

 

그녀의 눈엔 이야기가 많았다. 채 서른도 안돼 보이는데도 눈 속 가득 잔잔한 사연들을 담고 있었다. 알렉산드라 니예주변 사람들은 그냥 "알렉스"라 불렀다. 석별의 선물을 내게 전하는 알렉스의 눈엔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보다 사연이 하나 더 보태져 있었다.

그녀가 우리 가게에 처음 온 날이 두어 해전 금요일 밤이었다. 서울 바닥에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가 널리고 널렸겠지만 나의 공간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았다. 금요일 밤이면 외국인들이 내국인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들은 들어올 땐 각자의 무리가 나뉘어 들어오지만 금 새 친숙해져 한 무리를 이루는 게 다반사였다.


그 가운데 총 두목(?) 격인 데이브(Dave)란 사내가 항상 분위기를  주도 하였는데, 신참 강사가 오면 한국생활에 적응 하게끔 팔을 걷어붙이고 조언과 후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새 친구가 오면 나에게 소개 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의 소개로 많은 외국인 강사들을 만났지만 알렉스를 소개 받았을 땐 왠지 오래 동안 만남이 이어질 것 같았다.


나와 인사를 나눈 알렉스는 망설임 없이 노래부터 신청했다. 그녀의 신청곡은 그녀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유행한 맥코이(McCoys)Hang on sloopy였다처음엔 나도 별다른 느낌 없이 들려줬다. 외국인들 특히 영미권 젊은이들은 옛날 음악도 많이들 알고 있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다.


신이 난 그녀는 내 음반을 보고 “Amazing”을 연발하며 계속 노래를 신청했다. 그녀의 신청곡은 세월을 점점 거슬러 올라가 1950년대, 40년대 까지 소급되었다. 옛날 음악을 많이 아는 알렉스도 대단하지만, 그 친구들 모두가 그 노래를 알고 따라 부르며 춤을 추었는데, 놀랍게도 그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의 그 춤을 자연스럽게 추는 게 아닌가?


그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내 망막에 또렷이 새겨져있다. 결론적으로 그네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할아버지 무릎에서 온 가족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는 얘기가 된다. 세대 간의 문화적 단절이 크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요즘에는 몇 개월 단위로 세대차이가 난다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뒤로 그녀는 데이브보다 더 열성당원(?)이 되어 우리 가게를 들락거렸고,  밴스(Vance)라는 제법 근사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약속할 만큼 열애에 빠져 들었다. 우리 가게는  밴스와의 데이트 필수 코스였으며, 둘은 내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사랑을 숙성시켜 갔다. 그리고 머잖아 밴스는 고향 집에 잠시 다녀온다며 비행기에 올랐다.

", 오늘은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요."
데이브였다. 그는 스스로를 코리언이라 부를 만큼 한국적인 걸 사랑하여 나를 형이라 불렀다. 평일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그의 습관을 알고 있기에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올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은 직감하고 있었다.


그는 "블랙러시안(보드카에 커피 리큐어를 넣어 만든 칵테일)"을 몇 잔 비울 때 까지 침묵을 지키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그 때가 매스미디어에서 연일 "카트리나"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미국 동남부 지역 대부분을 초토화 시킨 초대형 태풍은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기고  대서양 쪽으로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에 마음이 아팠고 특히, 재즈의 고향인 뉴 올리언스와 컨트리 뮤직의 유적들이 폐허가 되었다는 소식에 상실감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밴스 알지요? 그 친구가 집이 루지애나라서 그리 휴가를 간 것도..." 그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고 나도 더 이상 들을 자신이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알렉스가 우리 가게에 나타났다. 턱은 예각이 되어 있었고 눈은 쑥 들어가 동굴을 연상케 했다. 나는 차마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한 채 그녀가 좋아하는 "맨하탄(19세기 중반부터 전세계인이 즐긴 칵테일)"을 한 잔 타 주었다. 그녀가 한국을 떠날 것이란 걸, 그리고 다시는 한국에 특히, 이 공간엔 다시 오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 목로에 앉아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젖은 눈망울로 내게 음반 한 장을 건네고 그렇게 이 땅을 떠나갔다.


슬루피, 참고 견디세요
슬루피는 빈촌에 살고 있어요
모두가 슬루피를 깔보고 있어요
나는 슬루피의 아빠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왜냐면 나는 슬루피를 사랑하니까요
나는 노래합니다
슬루피, 참고 견디고 힘내라고

 

1970년대 중반에 짧게나마 세계 대중음악의 주류를 이루었던 장르가 있으니 바로 펑크 록이라는 장르이다. 그 펑크 록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hang on sloopy와 만난다. 맥코이는 릭 제링거(Rick Zehringer, 기타)와 그의 동생 렌디 제링거(Randy Zehrige, 드럼)를 중심으로 데니스 캘리(Dennis Kelly, 베이스), 로니 브랜든(Ronnie Brandon, 건반)을 라인업으로 1962년 결성되었다.

 

Hang on sloopy65년 발표 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진출한 그들 최고의 히트곡이다.

릭 제링거는 훗날 릭 데린저(Rick Derringer)로 이름을 바꿔 에드가 윈터(Edgar Winter)와 협연 하는 등 정상급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수지 콰트로(Suzi Quatro)와는 성별만 다를 뿐 외모가 쌍둥이처럼 닮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수지는 릭의 히트곡 Rock&roll hoochie koo를 재해석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Hang on sloopy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공식노래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