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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반드시 조선을 선물로 주마.”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내가 더 살아야 한다.’

자신의 권좌를 반드시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때문에 후계로 삼았던 조카 도요토미 히데츠구를 제거하는 패륜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널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 일지라도 애비는 감당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양자로 삼았던 조카를, 지금 품안에 안겨있는 친 혈육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위해서 모반죄로 할복자살 하도록 한 것이다. 누나의 자식을 개인의 영욕을 위하여 이용하고 참혹하게 버린 비정의 권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치부로 기록되어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번쩍 아들 히로이마루를 들어 올렸다.

너에게 반드시 조선을 선물로 주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망상(妄想)은 아직도 멈춰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구루시마에게도 메아리처럼 멀리서 울려오는 것처럼 들렸다. 착각이었을까? 구루시마는 잘려나간 두 다리의 발가락이 몹시 간지럽게 느껴졌다.


 

* * *

 

구루시마는 흔들리는 뱃전에서 담요를 덥고 있는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끔찍한 그 날의 장면이 회상 되었다. 명량의 울부짖던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일본 수군을 지휘하던 총대장 도도 다카토라와 와키자카 야스하루, 가토 요시아키는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들을 위한 진혼의 눈물을 흘려줄 마음의 안식조차 지금 구루시마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내게 존재하는 것은 이순신에게 되갚아 줄 저주뿐이다.’


구루시마는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자신의 증오를 이순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의 목표는 이순신의 파멸에 고정되어 숨을 쉬고, 지략을 짜고 몸부림을 칠뿐이었다. 이순신의 함대를 궤멸시키기 위해서 구루시마는 일본 본토의 남아있는 관선 일백 구십 척을 모조리 동원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출정을 번복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60이 넘은 고령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건강도 문제였지만 조선 공략에 있어서 구루시마를 간섭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난 나의 의지대로 복수하고 싸우고 싶다.’


구루시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명량에서의 패배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었다. 당시의 그는 이순신의 전술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적이 완벽하게 강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칠천량에서 처절하게 패했었다.

조선 수군을 반드시 붕괴시키고야 말겠다.’

구루시마의 집념은 놀라웠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포착하고 있었다.


적의 척후선으로 보이는 포작선이 육안으로 포착되었습니다. 하치스카의 관선이 추격 중에 있습니다.”

보고가 들어왔다. 구루시마는 벌떡 일어서려고 했다. 순간적으로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틀림없이 부산을 정탐하기 위한 이순신의 탐망선이다. 우리 함대를 목격 했다면 이순신 함대를 도모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어야 부산에서 기회가 생긴다. 만일 우리가 발각되었다면 이순신은 꼬리를 감추고 우릴 유인하려 할 것이다. 그들은 고작 13척의 판옥선만 겨우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적의 탐망선을 살려 돌려보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