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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을 유인할 테니 귀선을 이용해서 도주해!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구루시마의 화려한 아타케부네에서 긴급한 신호 깃발이 펄럭였다. 붉은 적색의 깃발이 수직으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면서 공격용 나팔이 고막을 뒤흔들었다.


관선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우릴 발견한 것이 분명합니다.”

포작선의 수병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떠들었다. 김충선 역시 사태의 위급함을 직감하고 있었다.

일본 함대가 가덕도 근해에서 부산으로 향하려는 우리 함대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서 이 사실을 통제사에게 아뢰어야 한다.”

일본 함대의 거대한 출몰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김충선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포작선으로 달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알고 있다.”

준사가 경직된 얼굴로 김충선을 마주 보았다.


대장, 우리만 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장군과 그 함대가 몰살당할 판이 아니요. 그래서......”

어찌 하자는 것이냐?”

준사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사야가 김충선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 미소의 의미를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준사는 고향 친구였다. 같이 해변을 벌거벗고 달리고 바다를 향해 누구의 오줌발이 센 것인가를 겨누었던 오래 된 친구였다. 언제나 김충선의 옆에서 묵묵히 행동을 했던 항왜였다.

내가 관선을 유인할 테니 귀선을 이용해서 도주해!”

그럼 넌?”



서아지가 이빨을 악물면서 물었다. 준사의 대답은 간단하다.

운이 좋으면 죽게 되고, 운이 나쁘면 포로로 잡히겠지.”

서아지가 사납게 눈을 번뜩였다.

부디 운이 좋기를.”

고맙다.”

김충선은 친구이며 동료 항왜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누군가는 희생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본인인지 혹은 친구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한다.”

김충선은 준사의 팔을 붙들었다. 준사의 눈빛이 삽시간에 서늘해졌다.

충선, 사야가! 넌 지금 안 돼.”

어째서?”

넌 우리 항왜들은 대장이다. 지도자야! 이순신장군과 더불어 새로운 제국을 꿈꾸고 있는 것, 우리도 알고 있다. 넌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 그건 친구들을 모욕하는 짓이야. 알고 있지?”

김충선의 눈가에 자욱한 안개가 어려지는 것만 같았다. 준사는 다시 희미한 웃음을 던졌다. 슬쩍 웃어주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심을 하고 짓는 웃음인지 김충선은 느끼고 있었다. 준사는 수병들을 독려하여 포작선 2대를 이동시켰다. 적의 관선을 유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장군, 이러고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야.”

김충선은 즉각 철판으로 만들어진 귀선의 뚜껑을 닫았다. 귀선의 상판에 해당하는 부분에 몸을 숨기고 호롱불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