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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에서 큰 공을 세운 항왜라고 합니다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중지하라! 중지하라!”

하치스카의 관선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 구루시마 대장선을 기다릴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사다리를 타고 관선으로 오르려던 포작선의 어부들도 동작을 멈추고 있었다.

우릴 그냥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군선을 젓는 포로로 쓸모가 있잖아.”

구루시마의 거대하고 화려한 아타케부네가 당도하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육중하고 황홀하기까지 한 대형 건물 선박이었다. 도대체 저런 누각을 선박위에 설치하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어부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격한 아타케부네에 대하여 압도 당하고 있었다. 사실 이 초대형 아타케부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을 위하여 건조한 전함이었다. 전투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과시용 선박이었던 것이다.


달아나는 포작선에는 누가 탑승하고 있느냐?”

구루시마의 질문에 하치스카는 갑판으로 바싹 다가서서 귀를 기울였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 놈입니다.”

놈의 신분을 확인 했느냐?”

아닙니다.”

그런데 포격을 하려고 했던 것이냐? 다른 작자들이 항복을 하고 있는 마당에 죽기를 작정하고 달아나는 놈이라면 더욱 더 생포해야 한다. 반드시 죽이지 말고 붙들어 오도록 해라.”

하치스카는 명령이 떨어지자 식은땀을 흘렸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하치스카의 관선은 포작선의 어부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준사의 포작선을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부들은 다시 구루시마의 대장선에서 내려온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갔다.

달아나고 있는 놈의 내력을 발설하라.”

구루시마는 포로가 된 어부들을 모아두고는 위엄에 가득 찬 음성을 토해냈다. 어부들은 잠시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구루시마는 일본 수병의 장창을 빼앗아 들더니 그대로 어부 한 명의 목을 꿰뚫어버렸다.

아악!”


포로가 된 어부들은 순식간에 비명을 내지르면서 공포에 빠져들었다. 여러 명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충격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희생자는 마지막에 준사와 이별을 나누었던 늙은 어부였다. 두 번씩이나 이어졌던 생명의 운이 세 번째에서는 마무리 된 모양이었다.

어떤 놈이더냐?”

누가 먼저라고 말 할 것도 없이 어부들이 술술 불기 시작했다.

이름은 준사라고 합니다.”

항왜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량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루시마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어떤 공을 세웠다더냐?”

적의 대장선에 침투하여 혼란을 조성했다 하더이다. 사야가 김충선 장군의 막역한 친구라고 알고 있습니다.”

구루시마는 이빨을 소리가 나도록 갈았다. 누구인지, 어떤 작자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도도 총대장의 배에 침투하여 명량에서 일본 함대 330 여 척을 몰살시킨 원흉 중의 한 명인 것이다. 분노가 길길이 날뛰는 험상궂은 바다처럼 들끓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