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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노리고 아타케부네가 직접 떴다면?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놈을  잡아 산 채로 찢어 죽이리라!”

오늘의 구루시마는 어제의 구루시마가 아니었다. 두 다리가 절단되어 불구자가 되어버린 그는 정신적으로 피폐되어 있는 형국이었다. 평소 지니고 있던 예리한 분별력과 사리판단이 흐려져 있는 상태였다. 평소의 구루시마라면 냉철하게 판단하여 결코 조급해 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을 일이었다. 바다는 넓고 적의 배는 고작 한 척의 포작선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러나 하치스카에게 지시를 내리고도 그는 위엄을 상실하고 있었다.

배를 몰아라! 내 손으로 잡아야겠다.”

부관은 대장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 갑자기 구루시마의 함선이 전 속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치스카의 관선이 그것을 포착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뭐야? 이번에는? 우리 배는 정지한다.”


역시 붉은 색 적기를 펄럭이며 구루시마의 대장선이 달려오자 하치스카의 관선은 정지 명령을 내리고 대기하였다. 준사는 혼자서 포작선의 노를 저으며 관선과 대형 아타케부네(安宅船)의 출몰에 대하여 궁리를 하고 있었다.

나를 노리고 아타케부네가 직접 떴다면? 이것은 대형 사고로구나.”

준사는 화승총을 점검하고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아타케부네가 관선을 지나치고 준사의 포작선으로 접근해 왔다. 준사의 포작선은 아타케부네가 만든 파도에 의해서 몹시 흔들렸다. 중심을 잡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드디어 상판 위로 누군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때를 기다려온 준사였다. 준사는 바닥에 준비해둔 화승총으로 일부러 넘어지는 동시에 몸을 돌려서 총구로 상판의 인물을 겨냥하여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준사의 이번 일련의 동작은 절묘하면서도 빨랐다.



!’ 하는 총성과 동시에 갑판에서 내려다보던 구루시마의 부관 장수가 안면을 움켜쥐고 뒤로 나가자빠졌다.

으악.”

구루시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만일 자신의 두 다리가 성했다면 부관 장수보다도 먼저 달려가 그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락없이 얼굴이 짓뭉개지며 황천으로 직행하였으리라.

투망!”

아타케부네로부터 그물망이 쏟아져 내렸다. 준사는 다음 자세를 잡기도 전에 포작선과 더불어 그물더미 속으로 갇히게 되었다. 본래의 계획은 이것이 아니었다. 적의 화포에 의해서 산산조각 나서는 어떤 미련도 없이 이승을 하직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포작선의 어부들을 생포했으니 도주하는 준사의 포작선은 화포로 공격할 것이란 추측은 역시 추측에 불과했다.

 

날 반드시 생포해야 할 이유가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 의문은 준사가 초호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아타케부네 상판에 나뒹굴고 나서야 알 수가 있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

거기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정신병자처럼 웃었다.

크크큭, 먼저 인사부터 해야겠지. 나의 예를 받아주세.”

준사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뜬금없이 예를 취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런데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손짓에 따라서 두 명의 병사가 무엇인가를 끙끙대며 가지고 왔다.

작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