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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

‘농인’, 관공서ㆍ금융가관서 수어 아닌 필담으로 소통

국립국어원, ‘한국수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농인, ‘수어’는 편안하고 아름답고 품위 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419한국수어 사용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사는 농인(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 방식, 수어(수화, 手話)와 농문화(聾文化, 청각 장애인의 언어, 행동 양식 따위를 바탕으로 한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인식 실태 등을 파악하여 한국수어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하여 201711월에 실시하였다. 조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한국수어 사용 실태 조사한국수화언어법(2016. 8. 4. 시행)에 따라 한국수어 발전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실시되었으며 국가 승인 통계로 작성되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농인 5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설문 대상자가 농인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수어 동영상으로 설문 내용을 제작하고, 수어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번 조사의 주요 결과는 아래와 같다.


   


농인이 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수어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수어라고 응답한 농인은 69.3%로 조사되었다. 농인의 제1언어가 수어임을 말해주는 결과이다. 가족과의 의사소통에서는 수어 사용 비율(42.7%)이 다소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수어에 능숙한 것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생활 밀착 기관에서는 수어가 아닌 필담으로 주로 소통

주요 생활 밀착 기관인 관공서에서는 42.3%가, 금융 기관에서는 45.7%가 수어가 아닌 ‘필담’을 주로 활용한다고 응답하였다. 「한국수화언어법」에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명시되어 있는 만큼, 농인이 차별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이다. 


 


가정이 아닌 학교에서 처음 수어를 배운다

농인들은 학교 선생님(35%)이나 친구(21.9%) 또는 학교 선배(12.9%)와 같이 가정 밖에서 만난 이들에게서 처음 수어를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농인의 95% 이상이 수어를 모르는 청인(聽人, 청각 장애인에 상대하여, 청력의 소실이 거의 없는 사람)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때문에, 가정이 아닌 학교에서 자신의 제1언어인 수어를 습득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아울러 농교육(聾敎育, 청각장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농인들은 한국수어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편안하다’(73.4%) ‘아름답다’(69.5%), ‘품위가 있다(61.4%)’ 등과 같이 응답하여,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인 한국수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한국수어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농인들의 현실이다. 농인들이 자신의 언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언어 환경을 만들어 가려면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수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실태 조사와 관련하여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이번 조사로 한국수어 사용 실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사 결과는 한국수어 진흥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라고 말하고, “앞으로 한국수어 사용 실태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