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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자네는 군자가 되고 나는 소인이 되겠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0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문신인 백인걸(白仁傑, 1497∼1579)은 선조 때 대사간, 대사헌을 지냈고, 청백리로 뽑혀 기록되었습니다. 백인걸은 돌도 지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의였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지요. 하담 김시양의 문견잡록(聞見雜錄) 《부계기문(涪溪記聞)》에 그 백인걸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을사사화가 일어나기 전날 밤에 벗 허자가 백인걸을 초청하여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습니다. “내일 대간의 비밀지령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자네는 노모가 계시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문정왕후가 내린 밀지에 대해 반대했다가는 신상에 이롭지 못할 것임을 지극한 효자인 백인걸에게 귀띔해준 것입니다. 그러자 백인걸은 묵묵히 술잔을 비우더니 “이 몸은 벌써 임금님께 바쳤으니 어찌 개인의 사정을 돌아 볼 수 있겠는가?”라고 했지요.

 

이 말을 들은 허자는 여러 가지로 달래기도 하고 위협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는 끝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백인걸은 목숨이 위협받는 일에도 공직자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에 허자는 탄식을 하면서 “내일이면 자네가 죽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도 백인걸이 조금도 당황하지 않자 허자는 그의 손을 잡으며 “내일 자네는 군자가 되고 나는 소인이 되겠네.”라고 말했습니다. 올곧은 선비 백인걸도 훌륭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소인임을 알았던 허자도 요즘의 치졸한 공직자들보다는 나은 선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