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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었다

환경이야기19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였나? - (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필자의 전공이 환경공학 그중에서도 수질관리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완공한 4대강 사업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6회에 걸쳐서 쉽게 풀이해 보고자 한다.

 

2007년에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은 선거 공약 제1번으로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제시하였다. 한반도 대운하는 경부운하, 호남운하, 북한운하를 포함하는 웅장한 계획으로서 전체 길이가 3,100km에 달한다. 대운하 찬성론자들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물류비용 절감, 국토의 균형 발전, 수자원 보존 및 효율적 이용, 관광사업 발달 등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였다. 경부운하를 건설하여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0톤급 바지선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면 물류비용이 1/3로 줄어들고 부차적으로 한강 유역의 빈번한 홍수 문제와 낙동강 유역의 물 부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운하 통과 지역을 중심으로 선착장과 물류터미널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관광산업도 발전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운하를 건설하면 영남의 대구시와 호남의 광주시는 배가 드나드는 항구가 될 것이며 운하를 따라서 산업벨트가 생기고 인구가 증가해 소비가 늘면서 지역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한반도 대운하가 건설되면 침체된 한국 경제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는 장밋빛 주장이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경부운하였다. 조령에 터널을 뚫고 남한강과 낙동강을 수로로 연결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바지선을 이용하여 값싼 비용으로 화물을 실어 나를 수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경부운하를 만들려면 남한강의 3개 지점과 낙동강의 8개 지점에 갑문을 만들고 강바닥을 깊게 파야 바지선이 계단식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009년 6월에 시작하여 2011년 10월에 완공된 4대강 사업에서는 운하에 필요한 갑문이 없다. 그러므로 4대강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는 주장은 형식적으로는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이 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은 운하를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계획하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정부와 주류 언론에서는 일부 좌파 성향의 학자들이 국가 발전을 목표로 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선전을 했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학자들은 아직까지 밝혀진 블랙리스트는 없지만 실제적으로는 각종 연구과공모에서 배제되고 정부 관련 위원회에서도 배제되어 많은 불이익을 당하였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처음부터 반대 여론이 많았다. 이명박은 2007년 12월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취임하기도 전에 TF팀을 만들어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 봄에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시작되었다. 촛불 집회가 확대되면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 구호가 나타났다.

 

결국 여론에 굴복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에 “국민이 반대하면 한반도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그런데 6개월 후인 2008년 12월에 정부에서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발표하게 된다. 필자가 검토해보니 4대강 정비 사업은 나름대로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는 내용이어서 필자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나 2009년 6월에 국토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필자가 다시 검토해보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6개월 전 사업의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고 내용을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표1>은 4대강 정비 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차이점을 보여 준다.

 

 

필자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의심한 부분은 세 가지이다. 첫째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6개월 전 발표와는 달리 보의 개수가 늘어나고 저류지의 개수는 줄어들었다. 강변 저류지는 홍수를 일시적으로 가두어서 홍수량을 줄일 수 있지만 강의 본류에 보가 있으면 홍수 때에 수심이 높아지므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의심스러웠다.

 

둘째로 최초 계획에서는 강의 수심이 2~3m에 불과했는데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수심이 6m로 깊어지면서 준설량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서 주운용 바지선을 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수심이 6m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수심이 6m로 늘어난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운하의 전단계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010년 8월에 방영된 MBC PD수첩 <수심 6m의 비밀>에서는 중간에 수심이 6m로 바뀐 것은 청와대 관계자의 개입 때문이었다고 폭로했다.

 

셋째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16개로 늘어난 보의 위치가 그전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발표한 16개 갑문의 위치와 일치하였다. 그러므로 16개 보 지점에 추가로 보를 하나씩 설치하면 그대로 갑문이 되므로 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상 사업을 추진했다고 의심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국토부에서는 TF팀을 만들어서 비밀리에 사업의 내용을 바꾸는 작업을 추진했는데 관련 부처인 환경부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보도(2009/05/07)에 따르면 "2009년 4월 27일 대통령 보고회 때, 환경부는 4대강에 16개 보를 만든다는 사실을 그날 아침에야 통보받았다고 한다.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에 브리핑도 했던 것이다.” 최근에 들어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생각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행태로 볼 때에 4대강 사업의 내용을 몰래 바꿔치기했다는 것은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2월에 출범한 뒤 2013년 7월에 정부 기관인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제3차 감사를 마친 후에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렸어야 하나 조중동을 포함한 주류 언론은 감사원의 발표를 인정하지 않고 대부분 침묵을 지켜왔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어떤 근거로 4대강 사업이 운하의 전단계였다고 결론을 내렸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여 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국토부 사무관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비밀문서에 의해서 밝혀졌다. 감사원은 국토부 감사과정에서 압수해 온 컴퓨터의 비밀문서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CBS노컷뉴스는 감사원이 민주당 김현 의원실에 제출한 이들 문건 일부를 입수하여 보도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2013.7.18)를 보면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성한 내부 자료를 대부분 파기하였다. 파기한 문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토부가 2013년 초에 진행된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4대강 사업 턴키 담합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국토부는 불리한 자료의 존재는 부인하였다. 담당 사무관이 사망해 자료 출처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그러자 감사원은 국토부 사무실의 컴퓨터들을 봉인해 가져오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수거한 컴퓨터에는 대부분의 자료가 이미 지워져 있었지만 감사관들은 폐기된 자료 일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복원된 비밀 자료를 검토한 결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운하의 전단계 사업임이 확인되었다.

 

 

죽은 사무관의 컴퓨터가 국민을 속이고 진행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폭로한 판도라 상자로 변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