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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 로드’ 네팔 방문기

네팔 힌두교, 우주의 모습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

네팔 방문기(7) 2월7일 수요일

[신한국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후에 병산과 하라상은 근처에 있는 치트완 국립공원에 갔다. 나는 설사가 그치지 않아서 병산을 따라가지 않고 그냥 호텔에서 쉬겠다고 말했다. 아열대 밀림인 치트완 국립공원의 면적은 932 km²인데 (우리나라 지리산 국립공원은 483km²),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이 공원의 숲에는 원숭이는 물론 코끼리, 코뿔소, 그리고 멸종 위기에 있는 벵갈 호랑이가 있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이다. 치트완 국립공원은 지프차를 타고 구경할 수도 있고 가이드를 따라 걸으면서 둘러 볼 수도 있다는데, 병산은 순례자답게 걸었다고 한다.

 

나는 여행 가방에 넣어서 가져온 ‘코스모스(Cosmos)’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하루 종일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칼 세이건이라는 물리학자인데 천체 물리학이 밝힌 우주의 실상을 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서 유명해진 작가이다. 나는 이 책을 지난해에 샀는데, 무려 719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어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가지고만 있었다.

 

이번 네팔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챙겨서 가져 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책은 1996년에 타계한 저자가 1980년에 썼다.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의 홍승수 교수가 2006년에 우리말로 번역을 했는데, 표지 안쪽에 2016년 현재 55쇄라고 기록되어 있다. 55쇄를 찍어냈다면 과학 서적으로서는 대단히 인기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두꺼운 책을 카트만두의 호텔에서 읽기 시작하였는데,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많아서 끝까지 다 읽을 수가 있었다.

 

나는 대학 다닐 때에 일반물리학과 천문학개론을 수강하였고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우주론과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원자론에 대해서 그전부터 보통 이상의 관심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든가 팽창하고 있는 우주 등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여태까지 별 진전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세이건이 설명하고 내가 이해한 우주의 모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므로 별이라고 부르지 않고 행성이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표면 온도가 6,000도나 되는 태양이다. 태양은 지구 외에도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의 행성을 거느리는데, 이들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코스모스 책은 한 장씩 금성, 화성, 목성에 대해서 발견 과정 그리고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별들의 태어남과 일생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하늘에 사는 별들도 지구에 사는 사람처럼 탄생과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주의 끝, 외계 문명, 시간과 공간의 관련성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태양 같은 별들이 많이 모여 은하계를 이루고 은하계가 모여서 우주를 이룬다. 우리 은하계에는 별이 무려 2,000억 개가 있고, 우주에는 은하계 같은 별의 집단이 1,000억 개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주에는 별이 2,000억 곱하기 1,000억 개가 있다니 쉽게 말해서 별이 “무수히 많다”고 표현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주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억 년 전에 빅뱅이라는 대폭발에 의해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140억 년이라는 시간은 기껏 100년을 사는 인간의 일생에 비하면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다. 140억 년 전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고 아직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알 수 없다”가 최선의 답이다.

 

우주는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팽창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우주가 팽창하다가 구성 물질이 여기저기에서 구름처럼 엉기면 은하계가 생겨난다. 은하계 안에서 물질이 식으면서 태양 같은 별이 생기고 별 주변에 행성이 생긴다. 지구는 수없이 많은 별 가운데 하나인 태양을 돌고 있는 지극히 작은 행성일 뿐이다. 지구는 빛을 내지 못하므로 우주의 다른 곳에서 바라보면 보이지도 않는다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우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우주는 대폭발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우주는 가운데가 볼록한 원반 모양으로서 긴 쪽의 지름이 약 400억 광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달리는 거리로서 우리가 익숙한 km로 계산하면 (300,000 x 60 x 60 x 24 x 365) km가 된다. 그러므로 우주의 크기 400억 광년은 괄호로 표시한 위 숫자에 다시 (400 x 100,000,000)을 곱하여 계산되는 거리(km)이다. 휴우... 차라리 우주의 크기는 무한하다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은 “우주의 끝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과학자의 대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그럴듯한 답은 우주의 끝은 없다는 것이다. 3차원의 공간 자체가 안으로 휘어져 있어서 빛은 우주의 끝 너머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끝이 없다는 과학적인 설명은 나도 아직까지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별들의 수, 우주의 나이, 우주의 크기 등은 너무나도 큰 숫자여서 정말로 사실인지 가끔은 나도 의문이 간다. 과학자들은 그렇게 큰 숫자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잘 아는 물리학과 교수에게 우주에 2,000억 곱하기 1,000억 개의 별이 있다는 계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그 물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내년에 일식과 월식이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에 그리고 지구의 어느 지방에서 관찰될 수 있는지를 아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천문학자는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는 계산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우주에 있는 별의 수를 계산하였으므로 믿어주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겠는가? 못 믿겠다면 할 수 없지만.”

 

이 책에서는 시간에 대해서도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을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시 세계에서 시간은 공간과 연계되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물질이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시간이란 물질의 움직임이 있어야 존재하는 일종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물질의 움직임이 없다면 시간도 존재할 수 없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물질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서 변하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서 굉장히 빨리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 보자.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하자. 형이 50년 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와 보니 그 동안 지구에서 산 동생은 늙은이가 되었는데, 형은 동생보다 훨씬 젊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가상적이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현대 물리학이 밝힌 우주의 대폭발과 팽창 이론이 전반적으로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폭발 이전에 우주는 어떠한 상태이었나? 그 당시 우주의 크기는? 어떻게 물질이 없이 텅 비어 있던 우주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났는가? 이러한 질문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은 대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절대자, 곧 신의 몫으로 떠넘긴다. 이것은 여러 문화권에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절대자 또는 창조주가 무(無)에서 우주를 창조했다는 대답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근원을 묻는 이 질문에 우리가 정면으로 대결하려면 당연히 “그렇다면 그 창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만일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는 식의 결론 밖에 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주의 기원 문제에는 답이 없다”라고 한 단계 단축하는 것이 어떨까?

 

한편으로, “신은 항상 존재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이 또한 한 단계 줄여 “우주는 항상 존재했다”라고 말하면 어떻겠는가? 이 책에서 세이건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우주가 곧 신이다.”라고 표현하면 모든 것이 간명해지지 않을까?

 

세이건의 설명 중에서 독특하다고 내가 생각한 부분은 모든 종교 중에서 힌두교가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우주의 모습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인류 문화의 위대한 종교들 가운데 힌두교만이 우주가 무한 반복된다는 것을 믿는다. 과학과 힌두교의 시간 척도가 서로 일치하는 것은 우연의 결과일 것이다. 일상의 하루는 낮과 밤의 24시간이다. 그러나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흐마의 하루는 지구의 시간으로 86억 4000만 년에 해당한다. 이것은 지구나 태양의 나이보다 긴 시간이고 우주가 대폭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과한 시간의 절반도 넘는 참으로 장구한 시간이다. 힌두교의 가르침은 브라흐마의 1년보다 더 긴 세월도 언급한다.”

 

우주는 대폭발 이래 지금까지 계속해서 팽창해 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정설이다. 그렇지만 우주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팽창할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우주 팽창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가 멈춘 다음 팽창의 방향을 바꿔 수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힌두교의 창조 신화가 말해주듯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도 현대 물리학은 우주의 실체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네팔 사람들이 믿는 힌두교가 긴 시간에 걸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진동하는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매우 놀라운 발견이었다. 네팔 여행 중에 코스모스 책을 다 읽고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우주는 참으로 신비하다!”라는 감탄이다. 이러한 감탄은 과학적인 이론을 창안하여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인간 지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우주가 신비한 이상으로 인간 또한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말은 맞다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