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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버꾸와 하나 되어 신명의 판을 키운 김윤미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강향란의 징춤 이야기를 하였다. 강향란은 남사당놀이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춤꾼이란 점, 풍물세계의 외로움과 징의 애환을 춤 속에 담았는데, 역동적이며 거친 느낌이 풍긴다는 점, 징(鉦)은 단일 음정을 지닌 타악기로 궁중에서는 대금(大金)이라 불렀으며 군영에서 퇴각시 신호용 악기로 사용되었다는 점, 현재는 풍물놀이, 무속음악, 종묘제례악, 대취타, 불교음악 등에 쓰이고 있는데, 주로 강약을 조절하며 장단의 첫 박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얘기했다.

 

강향란의 징춤은 굿거리-덩더꿍-휘모리-굿거리장단으로 전개되며 장단별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 <부평풍물축제> 명인전을 비롯하여 <KBS 국악한마당>, <국악의 향기>, <명인 명무전>, <FIA 국제예술제> 등 큰 무대에서 선을 보여 왔고 이제 그의 징춤은 한(恨)과 도(道), 그리고 흥(興)을 신명으로 풀어낸 남사당 무동이의 대표적인 풍물춤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2018 한국예인열전”에서 역동적이며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어 주었던 김윤미의 버꾸춤 이야기로 이어간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버꾸>란 충청도 지방이나 전라도 지방에서 부르는 매구북의 딴 이름으로 소고(小鼓)를 말한다. 한국의 풍물놀이는 크게 경기, 호남, 영남, 강원 풍물놀이로 크게 나뉘고 있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풍장, 두레, 매구, 매굿, 굿, 농악 등으로도 불려 왔다. 그러나 근래에는 지역 주민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동(洞)의 신(神)에게 제사하는 의식의 동제(洞祭), 즉 당굿을 비롯하여, 지신밟기 굿이라든가 또는 걸립굿의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므로 풍물놀이이란 집단노동 조직을 통해 농사일을 할 때나 전통적으로 전래해 오는 각종 민속놀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말이 되겠다.

 

 

풍물놀이에 편성되는 잽이들은 대체적으로 태평소를 비롯하여, 꽹과리, 장고, 북, 징, 소고,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꽹과리는 3인이 칠 경우, 상쇠, 부쇠, 종쇠로 구분되고, 장고도 수장고와 부장고로 구분되는 것처럼, 소고에 있어서도 상법고와 부법고로 구분이 되고 있다. <법고>의 음성모음화된 말이 <법구>가 될 것이고, 법구를 연음화하여 된 발음으로 부르는 용어가 바로 <버꾸>가 되겠다. 여하간 버꾸춤이란 풍물놀이에 나오는 소고춤에 근거하여 새롭게 안무하여 무대화한 춤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김윤미의 버꾸춤은 전라남도 해안 지역인 완도의 금당도에서 행해지던 풍물놀이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금당도의 풍물놀이에 속해 있던 소고잽이들의 춤가락을 기본으로 해서 현재 모처의 시립농악단을 이끌고 있는 서한우단장이 무대화 한 춤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 우도 풍물놀이의 판굿 가락은 다양하고 현란한 가락들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화려한 가락들을 바탕으로 해서 새롭게 작품화 한 것이 바로 버꾸춤인 것이다. 김윤미는 이날 몸체의 호흡이라든가,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게 이어지는 춤동작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춤꾼이 왼 손에 들고 추는 버꾸는 농악에서 보는 소고보다는 다소 큰 형태를 취하고 있는 북이었는데, 이를 빠르게 돌리기도 하고, 차올리기도 하며 현란한 개인기를 발휘하여 매우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다.

 

 

마치 투박한 마당놀이에서 볼 수 있는 크고 거친 동작들을 더 세련되게 무대로 끌어들여 폭발적인 역동성을 나타내었던 것이다. 그녀는 후반부로 갈수록 빠르게 이어지는 춤동작이나 버꾸를 치는 장단의 호흡이 일품이어서 최고의 신명과 흥을 자아내며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켜 주었던 것이다. 무리없이 소화해 낸 김윤미의 춤을 당일 최대의 압권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윤미는 국립전통예고와 청주대 무용과를 거쳐 숙명여대 전통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대전시립 연정국악원> 무용 상임단원으로 재직 중이다. 국립이나 시립단체의 무용단원이라 하면 공연을 위해 하루 종일 연습을 하며 보내게 되는 것이 일상이다. 특히 정기공연이나 특별 기획공연이라도 잡히는 경우에는 공휴일이나 늦은 밤까지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연습량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무대 위에서의 춤사위나 움직임의 과정이 단원들 사이에도 비교가 되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그녀가 어렸을 땐, 흥겹고 멋진 가락에 몸을 실어 추었던 춤이 재미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이제는 어느 춤을 막론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접근해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춤의 세계가 무한하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무용이나 음악 등 제 분야에서는 스승의 존재가 매우 큰 길잡이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김윤미는 인연을 맺을 만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채, 이제까지 춤을 추어온 것이 어려움이며 외로움으로 남아있다. 학연이나, 혈연을 맺지 못한 채, 자신의 노력으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정진해 왔던 것이다. 그는 제19회 국립국악원 콩쿨에서 은상을 수상하였다. 전라북도 서동춤 국악대전에서는 종합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학연이나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스승의 조언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연습하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이어서 더욱 값진 상이었다.

 

그는 현재 시립단체의 단원으로 정기 비정기, 기획, 특별 공연 등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굴지의 대외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풍 전통무용발표회나 한국문화의 집의 팔일무(八佾舞)공연, 또는 승무(僧舞)공연, 유성온천 축제 때에는 객원 안무를 맡아 그의 춤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윤미는 현재 전라북도의 호남 산조춤의 이수자, 대전광역시 승무의 전수자, 서한우 버꾸춤 보존회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으며, 전통춤의 다양함을 춤으로 표현해야 하기에 기본에 충실한 몸과 마음가짐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한국예인열전>이야말로 무서운 무대, 책임져야하는 무대, 좋은 자리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한 무대였다고 말하는 그녀가 더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주는 기회가 만들어지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