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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윤형주, 나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96]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번 6월 EBM 조찬 포럼의 강사는 가수 윤형주 씨였습니다. 통기타를 들고 중간 중간 노래를 들려주며 자신의 삶을 얘기해주시는데, 다른 어느 때 강연보다도 회원들이 집중해서 듣더군요. 제 고교 10년 선배이시니 벌써 고희를 넘기신 것인데도, 어쩜 그리 젊으신지요. 복장도 청바지에 양복 윗도리로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젊음이 넘쳐나십니다.

 

가수 윤형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의학도이던 윤형주는 대학시절 통기타 가수로 떠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습니다. 그 후 많은 히트곡을 작곡하고 노래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듣자마자 알 수 있는 수많은 인기 시엠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깊은 맛을 남들에게 보일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온누리교회의 장로가 되어 선교활동에도 열심이고, 또한 해비타트 이사장으로서 직접 망치를 들고 집 없는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70년대에 윤형주, 조영남, 송창식,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등 통기타 포크송 가수들의 인기는 참 대단했지요. 저도 그 시대에 중ㆍ고ㆍ대학교를 다녔기에 그들과 그들의 노래를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세월의 뒤편으로 흘러가던 그들이 7년 전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서 ‘세시봉의 친구들’로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다시 인기를 누리게 되지요.

 

한 마디로 이 프로는 대박이 나서, 그동안 이들을 모르던 젊은이들까지 이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은 세시봉의 친구로 전국 투어 다니느라 바빠지게 되었지요. 저도 몇 년 전에 ‘세시봉의 친구들’ 콘서트에 가서 이들의 노래에 열광하며 박수치고 웃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강연이 끝난 후 현장에서 윤 선배가 자신의 삶을 담아내 쓴 책 《나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를 샀습니다. 책에 사인을 받은 것은 물론이구요. 책의 전반부는 ‘내 인생의 열 가지 풍경’이라고 하여, 윤선배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했던 10가지 풍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세시봉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하여 윤선배가 노래 인생에서 만난 11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들 우리가 잘 아는 분들이지요.

 

 

열 가지 풍경 중 윤 선배에게 고난의 풍경은 무엇이겠습니까? 동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대개 짐작하시겠지만 한창 잘 나가다가 대마초로 구속된 사건입니다. 윤 선배는 구속되어 있을 때에 절망하여 몰래 유리를 구해 손목 위에 얹으면서 자살까지 생각하였답니다. 그러나 윤 선배는 인생의 나락에서 어머니가 넣어준 성경을 다시 읽으며 잠시 멀어졌던 신앙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윤 선배는 지금도 여전히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선교 활동을 펼칩니다. 수 년 전에는 저희 교회에도 와서 간증을 했었지요.

 

그리고 윤 선배는 대마초로 모든 노래 활동이 금지되자, 시엠송 제작에 뛰어들어 수많은 히트 시엠송을 작곡하였습니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하는 오란씨 음료수 광고, “손이 가요, 손이 가...”하는 새우깡 광고,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롯데껌 광고 등 얼마나 많은 히트 시엠송이 그의 손을 거쳐 갔는가요!

 

이러한 열 가지 풍경 중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가족콘서트 이야기도 있네요. 카네기홀이 아무에게나 공연장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윤 선배 부부, 아들, 딸, 사위가 합동으로 공연을 하였다니, 아마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고 보니 윤 선배 아내는 오랫동안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큰딸은 작곡, 작은 딸과 둘째 사위는 성악을 전공했네요. 그리고 맏사위는 한의사이지만 작곡과 노래, 기타와 키보드 연주에 능하고, 아들도 아빠를 닮아 기타에 능하답니다. 당시 가족콘서트를 들으러 미국 전역에서 교포들이 몰려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답니다.

 

‘세시봉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윤 선배는 김민기씨를 – 윤 선배의 경기고 3년 후배이니까, 저에게는 7년 선배입니다 -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자연인’, 우리의 ‘귀한 민기’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김 선배 노래 중에 유명한 ‘친구’라는 노래가 있지요?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라고 시작하는... 저도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김 선배는 이 노래를 고3 때 작사, 작곡했네요.

 

동해에서 열린 캠포리 대회에서 후배 김성범이 수영하다 익사했는데, 김 선배가 이 사실을 후배 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 중앙선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비통한 심정을 그대로 풀어낸 것이 ‘친구’입니다. 유신 시절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던 이 노래는 그대로 금지곡이 되었지요. 이뿐만 아니라 김 선배가 만든 많은 곡들이 금지곡이 되었지 않았습니까?

 

김 선배가 숫기 없는 개그맨 1호로 부르는 전유성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부부싸움을 하면 ‘육박전’이 된다고 하였다가 3개월간 방송 정지를 당했다고 하네요.^^

 

엉뚱함의 최고봉이라는 조영남 씨와는 동신교회 선후배 사이였는데, 고교 시절 성찬식 때 조영남 씨가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포도주를 받아 마시더라나요. “크으~”소리까지 내면서요. 그래서 은근슬쩍 물으니, 조영남씨 왈 “응, 난 죄가 좀 많아서.”^^ 그리고 1968년 조영남 씨가 미8군에서 노래 부를 때 김 선배가 따라간 적이 있는데, 그 때 김 선배는 조영남 씨가 ‘Old Man River'를 부르자, 흑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듣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답니다.

 

여기서 열한 분을 다 얘기할 수 없으니 이만 줄이기로 하고, 이 날 윤 선배는 마지막으로 시 낭송도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듯 기타의 선율에 올린 것이지요. ‘윤형주’, ‘윤동주’ 이름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두 사람은 육촌간입니다. 그래서 윤 선배는 윤동주 시인의 추모 행사 때 가족 대표로 참석하신다는군요. 원래 윤 선배는 윤시인의 시에도 곡을 붙일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시에도 음이 있고 리듬이 있고 하모니가 있는데, 네 잘난 작곡으로 시의 고유한 것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셨다네요. 그래도 윤 선배의 감성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 시인의 시도 듣고 싶은데, 한편으론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윤 선배가 읊조리던 ‘별 헤는 밤’을 읊조리며 윤 선배를 뵙고 그의 글을 읽은 소감을 마칩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