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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 로드’ 네팔 방문기

원전감시기구 창설하는 날, 병산 노벨평화상 후보될 것

네팔 방문기 (12) 2월12일 월요일

[신한국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귀국해야 하는 날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 반에 시작하는 예불에 참여했다. 5시 50분에 아침 공양을 하고 병산과 헤어졌다. 병산과 하라상은 순례를 계속할 것이다. 두 사람은 네팔 국경을 넘어 다시 인도로 가고, 계속 서쪽으로 가서 다람살라에 도착하여 유명한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날 계획이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병산에게 물었더니 전 세계에 450개나 있는 핵발전소와 인류의 미래에 관해서 가르침을 주시라고 말하겠단다. 부디 병산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부처님에게 기원한다.

 

아침 8시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아주 작은 시골 공항이다. 부다 에어 (Buddha Air) 항공기를 예약했는데, 30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이다.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30분 정도 비행하여 카트만두 공항으로 갔다. 네팔은 북쪽으로 길이가 2,500km나 되는 히말라야 산맥이 길게 펼쳐 있다. 날씨가 맑으면 비행기에서 히말라야를 볼 수도 있다는데, 이날은 날씨가 흐려서 흰 눈이 쌓인 히말라야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카트만두 공항 대합실에 있는 커다란 에베레스트 산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얼핏 보면 진짜 에베레스트 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으로 오인할 정도로 매우 그럴듯한 사진이 나왔다. 네팔에 열흘이나 있었는데, 히말라야의 설산은 구경도 못했으니 아무래도 다음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꼭 한번 와야겠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특이한 것은 원숭이 가족 5~6 마리가 무리지어 주차장을 건너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나는 매우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았는데, 네팔 사람들은 원숭이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듯,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공항에서 6시간 이상을 지루하게 기다렸다. 사방이 어두워진 후에 대한항공 여객기는 카트만두 공항을 떠나 한국으로 출발했다. 시차를 적용하면 비행기는 내일 새벽에 인천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네팔에서 보고 느낀 것을 되새겨 보았다. 특히 환경 문제와 가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네팔에서 내가 본 먼지가 풀풀 나는 도로, 쓰레기 더미, 하수도가 없는 낡은 집, 등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가 먼저 부강해져야 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난이야말로 가장 큰 환경문제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 곧 경제 발전이다. 네팔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쾌적한 환경을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카트만두 도심에 사는 가난한 사람도 정수기로 물을 걸러서 먹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지 못한다면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은 사치에 불과할 것이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에 사는 사람이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을 벌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에서 벗어나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가난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 수가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가난을 벗어난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종교를 잘 믿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종교는 사람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기능을 가진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쉽게 말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가? 불교는 연기법을 깨닫고 보시를 하라고 가르친다. 보시를 하되 무주상보시를 하라고 가르친다.

 

일반적으로 보시를 한다고 말하면 대개는 물질적인 보시 쉽게 말해서 돈을 주는 보시를 연상하게 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시라고 하면 당연히 돈이나 물질적인 보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돈이 없어도 누구나 일곱 가지의 보시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재물을 갖지 않고 베푸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뜻의 무재칠시(無財七施)이다.

 

첫째는 안시(眼施)이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안시라고 말한다. 둘째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이다.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언사시(言辭施)이다.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는 신시(身施)이다. 신시는 몸으로 베푸는 보시로서 사람을 만나면 공손한 자세로 반갑게 인사하고 몸을 움직여 남을 돕는 행위를 말한다. 다섯째는 심시(心施)이다.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는 상좌시(床座施)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말한다. 일곱째는 방사시(房舍施)이다. 사람을 방에 재워주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재물을 가지지 않고도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시가 있으므로 보시는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실천 윤리이다. 보시를 하게 되면 나는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지며 보시를 받는 사람은 고마움을 느끼며 행복해질 것이다. 보시를 많이 할수록 인생은 행복해지고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행복이란 별 것이 아니다. 재산이 있든지 없든지, 모든 사람은 보시를 함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불교의 보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불교의 보시나 기독교의 사랑이나 원불교의 보은이나 이름은 다르지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

 

힌두교의 오래된 경전인 리그베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나의 진리를 가지고 현자들은 여러 가지로 말한다.” 또한 인도가 낳은 위대한 인물인 간디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가지로 보면 그 수가 많지만 줄기로 보면 단 하나뿐이다. 똑같은 히말라야를 가지고 동쪽에서 보면 이렇고, 서쪽에서 보면 저렇고 할 따름인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 에베레스트인데 이것은 인도 사람이 붙인 이름이고, 티베트에서는 초모룽마, 중국에서는 주무랑마,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라고 부른다.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산을 표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종교는 다르지만 누구나 자기의 종교를 따라서 행복에 도달할 수가 있다.

 

법정 스님이 죽기 전에 쓴 마지막 책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 숲, 2008)》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법정 스님은 종교의 의미를 확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고,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이 믿는 종교의 교리보다는 그 사람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교회나 절에 정기적으로 나가지는 않지만,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고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실천한다면 그 사람은 종교에 관계없이 행복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은 쉽다. 다만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2월13일 화요일

 

새벽 6시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밖은 아직 컴컴했다. 입국 절차를 끝내고 공항 문을 나오면서 안내문을 읽어보니 제2터미널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평창까지 KTX를 탈 수 있다. 기차표를 구입한 후 아침 7시에 공항을 출발했다. 기차는 서울역까지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는 청량리역, 양평역을 거쳐서 정확히 아침 9시 30분에 평창역에 도착했다. 각시가 차를 운전하여 평창역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집 떠난 지 12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혜초 스님에 대해서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혜초 스님은 지금부터 1300년 전 불교 성지와 아시아 여러 나라를 순례하고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여행기를 남겼다. 혜초 스님은 신라 시대인 서기 704년에 서라벌(경주)에서 태어났다. 혜초는 서기 720년 16세 때 당나라 장안으로 유학을 갔다. 서기 723년 혜초는 중국 남부 광동에서 뱃길로 출발해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서역을 거쳐 4년 동안 여행한 후 서기 727년에 장안에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썼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란 ‘5천축국으로 여행 갔던 기록’이라는 뜻으로 천축국은 인도이고 5천축국은 인도가 넓기 때문에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지방으로 구분해 한꺼번에 부르는 이름이다. 왕오천축국전에는 그가 순례한 여러 나라들의 종교, 풍습, 정치 등이 기록되어있는데,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힌다. 혜초는 룸비니도 다녀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이 학문적으로 중요한 것은 8세기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기록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1908년에 프랑스의 동양학자 페리오 박사가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둔황(敦煌)에서 발견하였는데, 현재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혜초는 신라에 돌아오지 않고 서기787년에 중국 오대산의 건원보리사에서 83살에 입적하였다.

 

《왕오천축국전》에는 <여수>라는 제목의 망향가가 실려 있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헤초 스님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月夜瞻鄕路(월야첨향로) 달 밝은 밤에 고향 길 바라보노라면

   浮雲颯颯歸(부운삽삽귀) 너울너울 뜬 구름만 고향 길 가네.

   緘書參去編(함서참거편) 그 구름 편에 편지 봉해 부치려 하니

   風急不聽廻(풍급불청회) 빠른 바람에 구름을 잡을 길 없네

   我國天岸北(아국천안북) 내 고향은 하늘 끝 북쪽이고요.

   他邦地角西(타향지각서) 내가 있는 남의 땅은 서남쪽이라오.

   日南無有雁(일남무유안) 햇볕 따뜻한 이곳엔 기러기도 오지 않으니

   誰爲向林飛(수위향림비) 그 누가 내 소식을 계림(신라)으로 전해주리.

 

혜초 스님이 1,300년 전에 경주를 떠나 룸비니에 갔다면 아마도 걸어서 1년 이상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천에서 네팔까지 비행기를 타고 7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문명의 발달이 경이롭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많은 별이 가득한 우주만 경이로운 것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라고 부르는 생물종인 인간은 우주 못지않게 경이로운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끝)

 

<후기> 병산은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로서 학교 측의 비리에 맞서 싸우다가 파면되었다. 그 후 소송에서 이겨 복직되었는데, 학교 측에서 다시 재임용을 거부하여 병산은 2차로 소송을 시작하였다. 병산은 소송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실크로드 순례길을 떠났다. 그런데 소송 중간에 학교 측이 항소를 포기하고 병산에게 복직하라는 통지서를 지난 2월 초에 보냈다. 복직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잃게 되므로 병산은 순례를 잠시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3월부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병산이 실크 로드 순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 순례를 계속하여 2020년 12월에 로마에 도착하고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나겠다는 것이 꿈을 가진 돈키호테 병산의 계획이다. 그가 로마까지의 순례를 마치고 그가 계획한대로 지구촌에 흩어져 있는 450개 원전의 안전을 감시하는 국제민간기구가 창설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그는 아마도 노벨평화상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나는 기대해 본다.

 

**병산은 7월 5일 밤 KBS 9시뉴스에 출연했다.

http://v.media.daum.net/v/20180705212822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