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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클론문화재 보존기술로 북한 강서대묘 고분벽화 복원

한성백제박물관서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 현황과 보존 학술대회‘ 열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어제(6일, 금요일)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2018 북한미술 국제 학술심포지엄’은 장장 7시간 동안 이어졌고 저녁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하긴 중원(中原: 한족(漢族)의 근거지를 가리키며, 때로는 중국을 뜻하기도 한다)을 호령하던 고구려 역사를 되짚는 시간으로 볼 때 7시간은 짧은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어제 열린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 심포지엄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최종덕)와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이 주최한 행사로 학술대회가 열린 한성백제박물관 강당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로 가득찼다.

 

 

기조발표를 맡은 전호태 울산대학교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문화사, 예술사, 종교사상사, 사회사 면에서 복합적인 가치와 의미를 갖는 유적이다. 고분벽화에서 어떠한 역사성을 읽어내려면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 종교학 등 다방면에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유적과 유물 데이터베이스 센터 설립과 운영, 학술정보 수집과 공유, 연구를 전담할 연구거점(Post) 확보, 연구자 네크워크 등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는 크게 3개의 주제로  첫째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최신 현황, 둘째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도 연구, 셋째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과 전망으로 나눠 각 주제별로 전문가 두명씩의 발표가 있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최신 현황에서는 정경일(중국 연변대) 교수의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벽화의 최신 발굴 성과 및 관리 현황’ 발표와 왕즈강(중국 길림성 고고문물연구소) 씨의 ‘중국 소재 고구려 고분벽화 발굴 현황과 연구성과’ 발표가 있었다. 특히 정경일 연변대 교수는 2001년 태성리 3호 무덤을 시작으로 송죽리 고분벽화, 옥도리 고분벽화를 포함하여 2017년 보성리 고분벽화 등 모두 10기의 고구려 고분벽화 현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북한의 기존 문화유물보호법이 비물질문화유산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2012년 8월 7일 문화유산보호법으로 개정하여 좀 더 폭넓은 문화유산보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문화재관리 현황도 자세히 소개했다.

 

왕즈강 씨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100기 이상으로 30여기가 중국내에 존재하며 그 가운데 10여기는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중국내 고구려벽화 고분은 주로 고구려 중기 왕도 소재지였던 길림성 집안시 시가지 및 주변 지역인 동고 고분군 안에서 발견되었으며 요녕성 내에서는 환인 미창구 장군묘와 무순 시가묘지에서 2기가 발견되었다.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10여기의 고분의 보호를 위해 2008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점심시간을 가진 뒤 2부 발표가 이어져 박아림 (숙명여대) 교수의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가치의 재조명’과 박윤희(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의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의 제작과 활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 뒤 3부에서는 미야사코 마사아키(일본 도쿄예술대학) 교수의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과 공개’라는 발표가 있었다. 특히 그는 일본에서 2017년 특허 기술을 낸 ‘클론 문화재’에 대한 일본의 문화재 보존을 소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클론 문화재 보존이란 기존에 사람이 모사(模寫)하던 수작업과 디지털 기술의 이미지 합성 기술로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이다.

 

모사 작업이란 모사자의 개성에 좌우되는 불합리성이 따랐지만 모사와 디지털 기술의 합성으로 보다 원형에 가까운 고구려 벽화를 재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야사코 마사아키 교수는 이러한 기술에 의해 재현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한국에 가져와 심포지엄이 열린 한성백제박물관 입구에 전시하여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자의 특별 대담에서 미야사코 마사아키 교수는 “클론 문화재 보존 기술은 일본이 최초로 2017년에 특허 받은 기술이다. 이 기술로 북한의 강서대묘 고분벽화를 복원하였으며, 일본 법륭사의 금당벽화 모사 작품(원본은 1949년 화재로 소실)도 모두 클론 처리해두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돈황 막고굴 제57굴 벽화,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동대불 불감 천장벽화 등도 클론 처리로 복원했다.”고 하면서 현재 한국에는 이런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지만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와서 이 기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야사코 교수는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자기 나라의 귀중한 문화재 복원에 공헌하길 바란다.”고 했다. 클론 문화재 복원은 ‘손으로 만져봐도 되는 문화재’ 임을 강조하면서 그간 문화재 관련 전시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었지만 클론 문화재 복원은 ‘손으로 만져 보고 느껴도 되는 문화재’라고 소개했다.

 

 

클론이란 원래 그리스어로 식물의 작은 가지의 모임을 뜻하며 꺾꽂이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꺾꽂이에 의해 새로운 문화의 생명이 움트듯 새로운 기술로 복원된 문화재를 만져보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 없다.

 

이어 이탈리아 보존전문가인 로돌프 루잔 런스포트 씨의 ‘북한 수산리 고분벽화 보전 지원과 성과’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로돌프 씨는 2004년부터 2년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소속 전문가로 북한과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한 워크숍을 3회 열었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고분 벽화 보존 관리에 관여한 인물이다.

 

 

모두 6명의 발표를 끝으로 심포지엄은 막을 내렸다. 이후 1시간 동안 권영필 좌장의 사회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며 오후 5시 넘어서야 장장 7시간 동안의 학술대회는 끝났다. 이날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2018 북한미술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기자는 비록 북한땅에 남아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학술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중함과 그 보존을 위한 연구자들의 노고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