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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음악의 조합, 창극 ‘흥보씨’

국립창극단, 명동예술극장서 고선웅 연출ㆍ이자람 음악감독 작품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창극 ‘흥보씨’를 7월 13일(금)부터 22일(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남산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재)국립극단과의 공동주최로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지난 5월 창극 ‘심청가’(연출 손진책)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호평을 얻었던 만큼, ‘흥보씨’도 그 여세를 몰아 또 한 번의 창극 열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창극 ‘흥보씨’는 지난해 4월 국립극장 달오름 초연 당시, 고선웅 연출과 이자람 음악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고전 속 권선징악의 교훈은 살리되, 고선웅이 이야기를 비틀고 이자람이 판소리와 현대음악에 신선한 변화를 주었다.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음악의 조합으로 선입견을 깨뜨리면서도 재미있는 창극이 탄생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비상한 필력과 기발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고선웅은 ‘흥보씨’ 극본과 연출을 맡아 국립창극단과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의 인연을 입증했다. 2014년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극본ㆍ연출로 창극에 처음 도전해 차범석희곡상 수상(2014)과 창극 첫 프랑스 진출(2016, 테아트르 드 라 빌) 등의 쾌거를 이뤘고, 두 번째 창극 ‘흥보씨’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흥보씨’ 이야기는 옛날 구비 설화 자체를 따르지만 고선웅은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가했다. 흥보ㆍ놀보 형제 출생에 얽힌 비밀 사연,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의 캐릭터를 더해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높이고자 했다. 이야기는 다시 썼지만 ‘선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원작의 주제를 오늘날 관객에게 더욱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작품 곳곳에 허를 찌르는 반전을 두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방옥 평론가는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못지않게 관객들을 열광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한층 더 자유롭고 거침없는 무대였다.”고 평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2막 일부 장면을 수정,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서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전통에 자신만의 감각을 덧입혀 새로운 장르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온 이자람은 ‘흥보씨’에서 작창ㆍ작곡ㆍ음악감독을 맡아 절정에 다다른 음악적 공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판소리 ‘흥보가’의 원형을 토대로 하면서도 자유자재로 음악을 변주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입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흥부가’의 눈대목을 가져와 음악의 격을 높이는 한편, 새롭게 추가된 이야기에 리드미컬한 현대음악을 더해 창극이 가진 음악적 매력을 높였다. 판소리를 즐기는 중장년 관객은 물론 젊은 관객 역시 마치 랩을 듣듯이 언어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창극 ‘흥보씨’를 완성하는 사람들은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국립창극단 배우와 연주자들이다. 남남 듀엣으로 형제간의 우애와 긴장을 그려낼 흥보 역 김준수와 놀보 역 최호성은 물론, 모든 소리꾼들이 각자 고유한 목소리를 갖고 연기를 펼친다. 형제ㆍ마당쇠ㆍ제비ㆍ외계에서 온 스님 등 절묘하게 캐스팅된 단원들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웃음과 흥을 끌어낸다. 32명의 소리꾼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이들이 펼친 각양각색의 부채들과 어울려 음악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장대한 장관을 연출한다.

 

 

최근 국립창극단은 ‘변강쇠 점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로 유럽 유명 축제와 공연장에 초청받아 대한민국 창극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국립창극단의 파죽지세와 같은 에너지는 ‘흥보씨’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