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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공사장 일꾼에게 약 ‘척서단’을 내려준 정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6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初伏)입니다. 여기서 ‘복(伏)’ 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양으로,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이 복날을 '서기제복'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곧,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써서 복날은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정복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초복은 삼복의 첫날인데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또는 삼복이라 합니다. 천간(天干: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 가운데 경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이 계절로 가을을 상징하는데 이날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지요.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걸리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정조실록》 18년(1794) 6월 28일 치 기록에는 정조 임금이 화성을 쌓는 공사장의 일꾼들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더위를 씻어주는 약 ‘척서단(滌暑丹)’ 4천 정을 지어 내려보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절대군주 정조임금은 낮은 자세로 자신의 더위가 아니라 백성의 더위를 걱정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무더위 일수록 오히려 뜨거운 열기와 씨름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위를 쉽게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