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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단절 위기 속에 전통매듭을 지켜온 매듭장들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결’, 고 정연수선생 초대 매듭장 지정 50주년 기념전

[우리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요즈음 매듭이라고 하면 노리개 같은 작은 소품만 생각하지만 실제로 외할아버지(고 정연수 초대 매듭장)께서 일할 무렵만 해도 궁궐의 가마 유소(장식)나 절에서 쓰는 불교의식 용품인 연(輦)을 장식한 꾸미개 등 대작(大作)들이 많았습니다. 힘이 꽤 드는 작업이라 당시에 매듭장인들은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

 

박선경 매듭장 전수교육조교(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는 전시장을 찾은 기자를 위해 매듭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다.

 

 

 

 

지난 7월 13일부터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결’에서 열리고 있는 ‘고  정연수 선생 초대 매듭장 지정 50주년 기념전’ 전시장에는 박선경 전수교육조교가 일일이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친절한 ‘매듭 선생’으로 안내를 하고 있어 인상 깊었다.

 

이번 전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보유자 정봉섭 선생이 주관하고 한국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후원하며 전시작품은 초대 매듭장인 정연수 선생부터 제3대 정봉섭 보유자의 작품 가운데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이어져 온 전통매듭의 대표작이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매듭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어 갔지요. 적어도 1970년대 말까지는 충청도 쪽에서 상여 장식을 가끔 주문하기도 했지만 상여 문화가 사라진데다가 그나마도 종이꽃으로 상여장식이 바뀌는 바람에 매듭으로는 끼니를 이어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외할머니께서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그럭저럭 생활은 해나갔지만요.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외할아버지께서는 시대를 탓하지 않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전통매듭에서 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박선경 전수교육조교의 말끝에서 ‘사라질 뻔한 전통 매듭의 아슬아슬한 전승’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도 정연수 선생 같은 분들이 있어서 전통매듭이 맥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고개가 절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박선경 전수교육조교는 일제강점기에 매듭 작업은 일제 순사의 눈을 피해가며 해야 했다고 한다. 일제는 조선의 전통 매듭의 맥을 끊고자 수시로 매듭 작업 현장을 덮치는 바람에 동네에서는 ‘일본 순사’의 감시망을 피해가며 매듭을 만들었다고 했다.

 

196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으로 지정된 고 정연수 보유자는 격변기 단절의 위기 속에서도 정통기예를 연마하며 상여유소(술)나 인로왕번유소(죽은 사람의 넋을 맞아 극락으로 인도하는 보살의 이름을 쓴 깃발에 단 술) 등 장례와 불교제례 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매듭을 제작해왔다.

 

이어서 2대 매듭장 최은순과 3대 매듭장 정봉섭 선생은 100년 가까이 전통매듭을 이어오고 있으며 4대가 박선경 전수교육조교이다. 요즈음에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벽걸이장식, 노리개, 주머니끈, 수저집 등 실생활이나 혼례예물로 긴요한 매듭도 만들고 있다.

 

 

 

하나의 매듭작품이 완성되기까지에는 염색과 끈목짜기, 매듭엮기 등 손이 많이 가는 지난한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매듭 작업 시에 쓰던 치열한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족제비얼레, 망뜨는 막대 등 손때 묻은 작업도구도 이번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외할아버지 정연수 매듭장에 이어 4대째 매듭의 길을 걷고 있는 박선경 선생은 “제자가 많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기과정의 교육만 담당하고 있다. 너무 교육에만 매달리면 작품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장인다운 말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하는 장인이 전시장을 2주나 지켜야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듯싶었다. 전시장에서 꼭 필요한 때 외에는 별도로 전시장 지킴이를 두어 장인이 전시 때문에 작업의 맥이 끊기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는 7월 21일까지 휴관없이 열리며 관람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다. 전시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전화(☎02-3011-2165)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