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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된더위도 막을 수 없었던 치열한 선비정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6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복날을 기다렸다는 듯 시작된 더위는 18일 금년 들어 최초로 수은주를 92도 2분(섭씨 33도 5분=서울지방)까지 올려놓았다. 남쪽과 동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뻗혀있는 우리나라의 날씨는 평년보다 4~5도씩 높은 기온으로 평균 90도를 넘는 ‘폭서의 계절’에 접어들었다는 것. 아스팔트가 엿가락처럼 녹는 것은 물론 긴 장마에 흠뻑 적셔 싱싱했던 부라타나스 잎까지 축 늘어진 듯한 거리에서는 썬그라스조차 거치장스럽다. 폭서와 더불어 얼음공장은 자꾸 바빠진다. 창고문을 열 때마다 뿌옇게 증발해 나오는 찬 기운이 잠시 더위를 잊게 한다.”

 

기온을 섭씨가 아닌 화씨로 기록한 것을 빼면 요즈음 뉴스라고 생각될 정도의 글입니다. 하지만 이는 57년 전인 1961년 7월 19일 치 동아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지요. 요 며칠 온 나라는 된더위(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차 속에서 아이가 죽고, 양계농가에 닭이 죽어나가고, 공항 활주로에 구멍이 뚫리고, 고육지책으로 도심에선 물청소차가 길에 물을 뿌려댑니다.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된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의 용광로의 온도는 무려 1천524도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그 용광로 덮개가 열리고 시뻘건 쇳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불꽃이 튀자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온도계는 40도까지 치솟습니다. 이에 광양제철소는 작업장 곳곳에 제빙기 210대와 냉온수기 800대를 설치했지요. 이에 더하여 탈수 예방을 하기 위해 식염수와 수박, 아이스크림을 줍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선비들은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릴 수 없기에 그저 조용히 탁족(濯足)을 즐기며 마음을 씻었습니다. 그리곤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집니다. 그러다 죽부인을 껴안은 채 잠이 드는 것을 가장 좋은 피서법으로 알았지요.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여름날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 여행을 떠났고, 추사 김정희는 여름날 북한산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탁본했습니다. 여름 된더위도 치열한 선비 정신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