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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청개구리, 파초잎에 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6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이 시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추사 김정희의 “취우(驟雨)”란 제목의 시입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이지요.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둑후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집니다.

 

 

시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김광균의 “와사등”을 연상케 합니다. 김광균은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와사등”은 이 시처럼 시각적 이미지와 감각으로 쓴 그의 대표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