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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받은 여성독립운동가 망라한 사전 나왔다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이윤옥, 얼레빗)》 서평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 동안 《서간도에 들꽃 피다》 시리즈를 내면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했던 이윤옥 교수가 이번에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을 냈습니다.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선정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한 책에 모은 것이지요. 지금까지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여성독립운동가는 모두 298명인데, 이윤옥 교수는 여기에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이자 왕산 허위 집안의 손녀인 허은 지사(1907~1997)와 이회영 선생의 부인 이은숙 지사(1889~1979)를 포함하여 300인 인물사전을 냈습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하신 여성독립운동가가 어찌 이들 뿐이겠습니까? 이보다 훨씬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습니다. 제가 전에 하얼빈 동북지방 열사기념관에 갔을 때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한국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자료를 볼 수 있겠더군요.

 

책을 펼치고 우선 명단을 주욱 훑어봅니다. 대부분 이름들이 낯선 이름들이거나, 이름은 귀에 익지만 선뜻 그 분의 활동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이름들입니다. 이중에서 3.1만세운동 때 고문으로 죽은 유관순 열사와 북쪽의 유관순이라는 동풍신 지사의 이름이 먼저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알만한 이름으로, 한국인 최초의 여자 비행사인 권기옥 지사(1903~1988), 한국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 지사(1904~1984),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1862~1927),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1859~1939),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최용신 지사(1909~1935) 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명단을 보니 성과 이름이 같은 분들도 있네요. 이범석 장군의 아내 김마리아 지사(1903~1970)와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을 역임한 김마리아 지사(1892~1944)가 그렇고, 근우회에서 활동하고 숭의여자중고를 설립한 박현숙 지사(1896~1980)와 광주여고에서 소녀회 활동을 한 박현숙 지사(1914~1961)가 그렇습니다. 이름의 한자까지 똑 같네요. 그리고 성만 나와 있을 뿐 이름을 모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3.1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일제가 제암리 교회에 불을 질러 많은 한국인들을 학살할 때에, 같이 학살당한 두 명의 김씨 지사의 이름을 모르고 있고, 3.1만세운동 때 평남 안주읍에서 만세운동을 하다가 일본 헌병의 무차별 사격으로 순국한 홍씨 지사의 이름을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성이 바뀐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김란사 지사가 하란사로, 박영복 지사는 권영복으로, 한덕세 지사는 김덕세로, 이제현 지사는 양제현 지사로, 문성선 지사는 한성선 지사로 바뀌는 등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성이 바뀌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편의 성을 따라간 것입니다. 이 분들은 미국으로 노동이민을 떠난 분들로 미국은 남편 성을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00인의 여성독립운동가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네요. 장개석 총통의 부인 송미령 여사와 두쥔훼이(杜君慧, 1904~1981) 그리고 미국인 선교사 미네르바 구타펠(1873~1942)이 그들입니다.

 

송미령 여사는 한인애국단에 10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오는 등 한국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공로로 1966년 대한민국장을 받았고, 두쥔훼이 지사는 1929년 독립운동가 김성숙 선생과 결혼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무부 요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미네르바 구타펠 지사는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귀국 후 시카고에서 한국친우회 서기로 활동하며 미의회와 정부에 한국 독립 문제를 청원하고, 친한 여론 형성을 위해 순회 강연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300인의 독립운동가 중에 직업별로는 어떤 직업이 제일 많을까요? 바로 기생입니다. 김성일(월희), 김해중월, 김향화, 김화용, 문응순, 문재민, 송금희, 옥운경, 이벽도, 정막래 지사 등 책에는 기생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기생을 그저 화류계 여성으로만 알고 있는 분으로서는 기생이 제일 많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실 것 같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 기생은 가무악은 물론 시서화(詩書畵)에도 능통한 예술인으로 요즘 연예인들보다 학식이나 지식이 더 뛰어난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일제에 의해 나라가 없어진 것에 애통해 하였고, 1919년 3.1만세운동의 불길이 한반도를 휩쓸자 서울은 물론 통영, 수원, 해주 등에서 다 같이 만세운동에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한편 300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대부분은 남편이나 아버지 등 다른 가족들과 같이 서훈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나 남편의 독립운동에 아녀자만 집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같이 일어나신 것이겠지요. 이들 중에 같이 서훈받은 가족의 숫자가 제일 많은 분은 항산 이만도 선생의 며느리인 김락 지사(1863~1929)입니다. 시댁, 친정 합하여 무려 25명이 서훈을 받으셨네요.

 

그리고 300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중에는 한일합방 이전에 의병 활동을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1860~1935)과 호남의병장 강무경 지사를 간호하다 결혼한 양방매 지사(1890~1966)가 그들입니다. 양방매 지사 부부는 1909. 10. 9. 전남 화순군과 능주면의 바람재 바윗굴에서 잡힐 때까지 전남 동남부 일대 산악지방에서 유격전을 펼쳤다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으로 징역형의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이중에는 총살당한 분도 있습니다. 김알렉산드라 지사(1885~1918)는 러시아 혁명 당시 ‘한인사회당 적위군’을 조직하여 러시아 백위군과 백위군을 지원하는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전투 도중 백위군에 잡혀 아무르 강변에서 33살의 나이로 총살당한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안경신 지사(1888~?)는 대한광복군총영의 일원으로 1920. 8. 3.일 평남도청에, 8. 5.에 신의주 철도호텔에, 9. 1.에 의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이로 인하여 안지사는 1921. 3. 일경에 잡혀 처음에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10년형으로 감형되었다고 합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1집에서부터 이번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에 이르기까지 이 교수님 덕분에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게 되었네요. 이 교수님 덕분에 그 동안 제가 몰랐던 여성독립운동사에 눈을 뜬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항상 이 교수님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교수님! 아직도 우리 후손들이 알고 있지 못하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많겠지요? 그 동안의 이 교수님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이 교수님을 통하여 우리가 잘 모르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더욱 많이 알려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