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부석사(浮石寺)는 그 이름부터 특이하다. 부석(뜰 浮, 돌 石)이란 '뜬 돌'이라는 뜻으로, 절을 짓는 과정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큰 이적이 일어났던 것을 절의 이름에 표현한 것이다.

 

부석사의 창건은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으로, 삼국통일기 신라불교의 대표적 스님으로, 신라에 화엄종을 세웠던 유학승 의상대사[義湘(相)](625 ~ 702)가 화엄사상으로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왕명으로 지은 절이다. 부석사의 창건에 대하여는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전하는데, 그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상은 젊어 어지러운 난세에 개달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하고자 당나라에서 싹트는 새로운 불교학을 배우기 위하여 당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나라 유학시절 의상의 공부를 도와주는 중국의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선묘낭자였다. 그런데 의상의 인품에 반한 선묘는 의상을 존경하다 사모의 정이 생겨서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의상은 출가 수행자 스님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화엄학을 공부하여 10년 동안 공부를 다 마친 뒤, 신라에 새로운 불국토를 이루구자 화엄종을 펴기 위하여 당나라를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의상이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선묘는 너무도 아쉽고 야속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고  부두로 달려 왔으나, 의상의 배는 이미 떠나버리고 없었다. 그러자 선묘는 의상이 떠난 동쪽을 하염없이 바라 보다 그만 바다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그런데 죽으면서도 의상을 위하여 마지막 서원을 세웠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의상을 위하여 자신은 바다의 용이 되어, 의상이 무사히 신라로 돌아가 화엄종을 잘 펼치도록 늘 함께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의상이 탄 배는 서해바다를 넘어오는 중 큰 풍랑도 일었지만, 용이된 선묘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와 임금의 명령으로, 화엄종을 펼칠 절터를 찾아 전국을 다니던 중, 부석사터에 이르러 이곳이 화엄종을 펼칠 명당터임을 알고 절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건축에 착수하려 하자, 본래 이 근처에 살던 산적들이 완강한 방해로 진척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묘가 용이되어 나타나 절터에 있던 큰 바위 덩어리를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이적을 행하였다. 이를 본 산적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의상은 무사히 부석사를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량수전의 뒷편에는 그 때 떠올랐던 돌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어, 부석사의 창건 유래를 실감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창건유래를 증명하듯, 부석사에는 이세상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애뜻한 선묘낭자를 기리기 위하여 '선묘각'을 지어 사랑을 서원으로 승화시킨, 갸륵한 뜻을 위로하고 있다.

 

화엄학은 교종의 최고학문으로 당나라에서 크게 발전하고 체계화한 것으로, '두순'(杜順, 557~640)에 이어 '지엄'(智儼, 602~668)이 체계화한 대승불교의 종파이다. 지엄의 수제자로는 당나라에는 '법장'이 있고, 유학생으로는 신라승 '의상'이 있었다. '법장'(法藏, 643~712)은 지엄의 뒤를 이어 당에서 화엄종을 꽃피웠고, 신라에서는 의상이 꽃피웠다. 그러나 당시에는 의상 외에도 당에 다녀온 유학승 자장율사와 원효스님도 화엄학을 깊이 공부하고 스스로 깨달았다.

 

다만 의상은 중국의 화엄학을 받아들인 유학파이고, 원효는 의상과 함께 유학을 가려다가 비오는 날, 당진 어느 바닷가 무덤속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은 바가 커서 유학을 접고, 신라땅에서 토종 화엄학을 설파하였다. 원효는 많은 저서를 지었으며, 그 중에는 화엄경에 관한 책도 많다. 대표적으로 《화엄경소》, 《대승기신론소》 등이 있다.

 

676년 당시는 통일전쟁은 끝이 났으나, 전쟁으로 민심은 흉흉하고, 또 당나라는 신라까지 침략하려는 야욕으로 신라는 사회혼란과 당나라와 전쟁 직전의 불안한 때였다. 이런 혼란기에 국론을 통일하고,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수행하여 홀로 도를 깨닫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없고, 깨달은 바를 중생구제로 되돌여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불교적 해답을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화엄경》에서 찾은 것이다.

 

《화엄경》은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방대한 경전으로, 그 뜻을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그 안에는 인간의 심성에서부터 우주를 구성하는 세계와 수많은 부처와 보살의 세계를 설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입법계품은 깨달음을 구하는 과정을 다양한 스승을 찾아가는 선재동자의 구도기로 풀어내고 있다. 화엄경의 요지를 살펴보면, 끝없이 펼쳐진 우주 가운데에서 인간은 너무도 작은 작은 티끌 같은 존재이지만, 깨닫고 본다면, 한 티끌 속에 또한 우주만물의 원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곧 크고 작음이나, 많고 적음은 한정된 것이 아니고, 상대적 개념에서의 한 모습일 뿐이다.

 

현재 부석사의 건물 중 주불전인 무량수전과 조사당만 고려 후기의 것일 뿐, 대부분의 전각들은 최근에 다시 중건한 건물들이다. 그런데  고려 후기에 지어진 무량수전은 한국의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무량수전의 기둥은 그 굵기도 그 높이와 비례감이 잘 맞고, 기둥 자체 또한  아름답게 배흘림으로 다듬어 세웠으며, 기둥위 공포 또한 복잡한 장식이 없으면서도 매우 세련되고 정교하게 다듬어,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화려함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서양의 대표적 건축물인 파르테논 신전의 비례감을 보는 듯하다.

 

또 건물의 내부의 건축부재 또한 곧은 부재들을 정교한 비례와 곡선으로 가공하여 짜맞추어, 그야말로 건축공예작품을 보는 듯 하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한 때 한국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안동 봉정사 극락전을 해체하여 본 결과, 그 상량문의 기록으로 봉정사 극락전의 건축이 더 오래된 것으로 확인되어, 가장 오래된 건축물의 지위는 이제 봉정사 극락전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규모가 봉정사 극락전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며, 각각의 부재들이 아름답기로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압권이다 할 것이다. 고려 말이면 원나라의 간섭기로 고려의 국내사정은 매우 혼란스럽고 국력도 빈곤하던 시절이었지만, 부석사 무량수전은 한국건축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데 흠잡을데 없이 아름답게 지어졌다. 다만 아쉬움이란, 부처님을 제대로 모신 전각은 본래 중층을 기본으로 하는데, 무량수전이 단층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또한 국력이 쇠퇴했던 시대적 영향으로 짐작된다.

 

 

<참고>

의상대사가  《화엄경》의 요지를 시로 축약하여 읇은 "법성게"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법의 성품 원융하여 두 모양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않아 본래부터 고요하네.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가 다 끊였으니 깨치면 지혜로 알 뿐 다른 경계로 알 수 없네.

 

眞性心心極微妙 不守自性隨然成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참성품은 깊고 깊어 지극히 미묘하여 자기 성품 고집않고 인연따라 나투시네.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안에 전체가 있고 여러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로다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 들어있고 온갖 티끌 또한 이와 다름없네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한량없는 오랜 세월이 한 생각 찰나요,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시간이네.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

세간이나 출세간이 서로 함께 어울리되 혼란 없이 정연하게 따로따로 이루었네

 

-중략---

 

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相共和 (초발심시변정각 생사열반상공화)

처음 발심하온 때가 바른 깨침 이룬 때요 생과 사와 열반 경계 그 바탕이 한몸이니

 

離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이사명연무분별 십불보현대인경)

근본·현상 명연하여 분별 할 길 없는 것이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 성인들의 경계러라.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능인해인삼매중 번출여의부사의)

부처님의 거룩한 법 갈무리한 해인 삼매 불가사의 무궁한 법 그 안에서 들어내어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모든 중생 유익토록 온 누리에 법비 내려 중생들의 그릇 따라 온갖 이익 얻게 한네.

 

是故行者還本除 破息妄想必不得 (시고행자환본제 파식망상필부득)

이런 고로 수행자는 근본으로 돌아가되 망상심을 쉬지않곤 얻을 것이 하나 없네.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무연선교착여의 귀가수분득자량)

무연자비 좋은 방편 마음대로 자재하면 보리 열반 성취하는 밑거름을 얻음일세.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이다라니무진보 장엄법계실보전)

이 말씀 무진 법문 한량 없는 보배로써 온 법계를 장엄하여 불국토를 이루면서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궁좌실제중도상 구래부동명위불)

마침내는 진여 법성 중도 자리 깨달으니 본래부터 부동하여 이름이 부처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