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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관곡지 연꽃밭에서 오늘 한국 승가를 생각하며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경기도 남쪽 시흥시 관곡지는 광활한 논에 연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이곳은 벼농사를 짓던 논이었으나, 특용작물로 연농사를 짓게 되면서, 주변이 모두 연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제 주변이 모두 개발되고 있어 언제까지 이곳이 연꽃밭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연꽃밭일 때 많이들 가보시길 권해본다.

 

연은 농부의 손이 많이 안가면서도 소득은 벼농사에 못지 않아, 벼농사를 짓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화사한 연꽃과 향긋한 연향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벼는 열매만 먹는 것이지만, 연은 뿌리, 잎, 꽃, 열매 모두를 먹는 작물이다. 연꽃이 피기전에 딴 연봉오리는 잘 말려서 차로 우려내 마시며, 넓은 연잎은 잘게 잘라 덕어서 차로 가공하거나, 가운데 쌀을 넣어 찌면 은은한 향기 밴 연잎밥을 짓는데 쓴다. 연뿌리는 연근조림으로 먹기도 하고, 약재로도 쓰며, 연뿌리를 가루내어 김치를 담그면 김치가 쉽게 무르지 않고,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연밥은 옛부터 정신적 안정에 필요한 약재로 연자(蓮子)라고 부르며 쓰고 있다.

 

진흙속에 뿌리를 두고 물위로 피어난 연꽃은 세상을 맑게 하고, 사람들을 먹여살리는데 참으로 좋은 약재이자 식품이다. 연꽃은 진흙에서 자랐지만 항상 맑고 향기로움으로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 세상을 정화하는 보살과 같다고 한다. 그런 특징으로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 되어, 불교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중생계에서 살더라도 아름답고 향긋한 극락세상 이루기를 기원한다. 연꽃은 한 번 피고나면 꽃잎이 시들기 전에 아무 미련없이 떨어지며, 꽃이 지고나면 둥근 씨앗이 영글어간다. 그리고 그 열매는 다음 생에 화려한 연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한다.

 

또 한번 열매가 맺히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그 생명을 보존하다가 발아의 환경을 만나면 싺이 트기 때문에 불생불멸의 상징으로도 여긴다. 실제로 수천년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문화재 발굴조사과정에서 발견된 연씨가 싹이 트기도 한 일이 있어 이를 증명하기도 하였다.

 

요즈음 세상의 연꽃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중생계를 밝히겠다고 마음을 냈던 스님들이 그 본연의 초발심을 저버리고 승가 안에서 온갖 잇권을 챙기고, 승가에서 스스로 정한 최소한의 계율마져 어기면서도, 마치 자신이 진실된 구도자인냥 전혀 반성도 하지 않고, '승가를 정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그 자리에 더 있어야 한다'며, 부처님과 보살과 중생계를 어지립게 하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리고, 내면에서 소리치는 양심을 숨기고, 자신마저 속이는 일을 하면서 온갖 미사여구로 변명만 일삼는 무리들이 이시대 승가를 책임지고 있는 현실들을 보면서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를 두고 물위로 올라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 향기로 세상을 정화하는 한해 식물 연꽃 만큼 만이라도 살아주길 바란다면, 그것도 욕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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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