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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잘못 태어난 4대강 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이야기 24 -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였나?-(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4대강 사업은 4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추진되었다. 첫째는 홍수 방지, 둘째는 용수 공급, 셋째는 수질 개선, 그리고 넷째는 지역 발전이다.

 

그러나 2011년에 4대강 사업을 준공한 지 7년이 지나 평가해 보니 4대강 사업은 4가지 목적 모두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왜 그렇게 되었나? 4대강 사업을 운하의 전 단계로 추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4대강 16개 보의 위치를 결정하고 크기를 결정할 때에 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16개 보의 위치는 대운하 계획의 16개 갑문의 위치와 일치시키고, 댐처럼 큰 보를 만들었다. 운하에 필요한 수심 6m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막대한 양의 모래를 준설하였다. 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다 보니 4대강에서 목적이 불분명한 16개 보가 태어난 것이다.

 

2010년 8월 24일 방영된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4대강 사업이 최초 발표한 치수 사업에서 중간에 운하 계획으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하여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감사원에서는 2013년 7월 10일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3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은 운하의 전단계로 추진되었다.”고 선언함으로써, 필자를 비롯한 환경단체의 주장이 추측이 아니고 사실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렇다면 4대강의 16개 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단체에서는 보의 철거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다수 국민에게는 과격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보를 철거하면 4대강 사업에 투입한 22조 원이라는 돈은 날아가 버린다. 그렇다면 보를 유지하면서 좋은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4대강 사업 찬성논자들은 다목적보를 잘 운영하면 4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과장에 불과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4대강 보의 4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을 위해서는 수문을 열어 두어야 하고, 용수공급과 위락활동을 위해서는 수문을 닫아 두어야 한다. 태생적으로, 4대강의 16개 보는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은 감사원이 3차 감사에서 발표한대로 4대강 사업이 치수와 이수를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고 운하의 전단계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2일에 “4대강 사업 정책 감사를 실시하고 녹조발생 우려가 큰 4대강 보 상시개방에 착수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국토부에서는 금강의 공주보 등 6개 보의 수문을 일부 개방하고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하여 1년 정도 수문 개방의 효과를 측정하고 문제점들을 검토한 후에 2018년 말까지 수문의 개방과 철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4대강 보를 현재대로 유지하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 가장 큰 문제점은 여름철에 녹조가 발생하여 상수원의 수질을 위협하고 수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금강과 낙동강 보의 상류에는 침전물이 쌓여서 냄새가 나고 오염이 심한 물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등이 발견되고 있다. 녹조는 낙동강과 금강, 그리고 영산강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다. 강물에 녹조가 끼고 냄새까지 난다면 강을 이용한 위락활동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낙동강은 1,300만 영남지방 주민들의 식수원인데 녹조가 심해지면 정수 비용이 늘어나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발암물질이 증가하게 되므로 국민의 건강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녹조의 창궐로 경남과 부산의 식수원이 위험하다는 2018년 8월 14일자 언론 보도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57500.html?_fr=st1)

 

 

 

4대강 보를 유지할 때 생기는 두 번째 문제점은 비용 문제이다. 2014년 10월 27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은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여 4대강 16개 보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 예산은 매년 5,051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항목은 한국수자원공사의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사업 빚의 이자로서 2013~2015년 사이 연평균 3,182억 7000만 원이었는데, 한국수자원공사에게 사업 참여를 요구한 정부가 전액 부담해왔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빚의 원금 8조 원을 갚지 못하면 이 이자 비용은 계속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보를 철거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2012년 2월 2일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서울산업대의 윤석구 교수는 4대강의 보 16개를 철거하는데 드는 비용을 2,016억원으로 추산하였다. 윤 교수가 제안한 해체방식은 다이아몬드 공법을 이용하여 물속에 잠겨있는 기반시설물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보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물만 해체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4대강 보의 철거 비용은 조사한 기관마다 다른데,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3,008억 원, 국회 예산정책처가 3,942억 원으로 추산한 바가 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보 유지비용은 매년 필요하지만 보의 철거 비용은 1회로 끝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4대강 보의 철거는 단숨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4대강 보의 철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따른다. 보를 철거하면 4대강의 수위는 대규모 준설을 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이전보다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위가 낮아지면 본류에서 직접 취수하는 양수장이 문제가 되나 예산을 투입하여 취수구를 낮추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위가 낮아져서 양안의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조사와 예측이 필요하다. 보를 철거하면 4대강 사업 구간에서 호수는 다시 강으로 되돌아가므로 호수를 가정하고서 추진된 레저ㆍ관광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보의 철거 문제는 국민적 합의를 거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만일 4대강의 보를 철거해야만 녹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죽어가는 4대 강을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그 때에는 매몰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고 보를 철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의 철거에 앞서서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을 대변하는 국회에서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여 국민을 속이고 국가예산을 낭비한 고위 정치가와 행정가 그리고 곡학아세한 학자들에게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차후에 보를 철거하더라도 4대강 보의 수문 한 개는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겨진 수문 옆에 4대강 사업 자료관을 만들어서 한 정치인의 운하에 관한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많은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4대강의 생태계에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지를 기록하여 후세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