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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주

[정운복의 아침시평 3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한 사람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비교적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달여 먹으라고 권유하면서

"건칠 계관화 갈근 포공령을 취해서 달여 드세요."

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 사람은 주변에 흔하다고 했는데... 어디서 무엇을 구할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옷 나무, 맨드라미, 칡뿌리, 민들레... 이렇게 표현을 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을...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고관절 외전근 열상과 미추부 봉와직염, 심계향진과 연하곤란 등 불안장애 동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글을 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엉덩이 관절을 벌리는 근육에 찢긴 상처가 있고

꼬리뼈 주변 연한 조직에 염증이 있으며, 불안증세로 가슴 두근거림이 있고

음식을 삼키는데 장애가 있다."는 뜻입니다.

 

 

연설을 할 때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빌게이츠는 전문적 식견을 드러내는 반면 스티브잡스는 쉬운 이해를 전제로 하지요.

만약 그들이 64GB USB를 설명한다면

빌게이츠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로서 2의 30승에 64를 곱한 것만큼의 저장용량이라고 하겠지만

스티브잡스는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10번을 왕복하며

음악을 들어도 될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할 것입니다.

 

지식의 저주는 전문가집단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남들도 자신만큼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데서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전문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기보다 지식이나 기술이 뒤떨어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처음 컴퓨터 책을 쓸 때의 일입니다.

그 때 출판사 대표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컴퓨터 책을 쓰는 것은 전문가보다는 초보자가 좋다.

왜냐하면 전문가는 초보자 시절의 마인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지식을 갖추되 그것을 외부 포장지로만 써서는 안 됩니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지식의 공유는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구성하고 해석하며 공유하는 것이

참된 지식인들이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