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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태풍이 지난 후 꽃지에서 만난 오메가(Ω)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명승에 꽃지의 해넘이는 반드시 들어간다.

 

태안반도 꽃지에는 바위섬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뾰족하고 하나는 넓적하다. 그 때문에 뾰족한 바위섬은 든든한 할아버지섬으로, 넓적한 바위섬은 후덕한 할머니섬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수만년 파도를 맞이하면서도 오늘의 모습으로 다듬어져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어, 한국의 명승지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경은 두 바위섬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두 바위섬 사이로 해넘이가 생길 때는 가을이 깊어진 10월 부터 다음해 2월까지로, 이 때가 되면 전국의 사진가들이 매일 수백명씩 몰려든다.

 

8월말은 아직 두 섬 사이로 해넘이는 안되지만, 그래도 두섬과 등대와 구름이 이루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을까 싶어, 지나는 길에 꽃지를 찾았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인지라 하늘의 구름도 좋을 것 같고, 태풍이 바다안개를 맑끔히 거두어줄 것 같기도 하고 . . . , 기대반 우려반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꽃지였다. 그런데 그 기대가 헛되지 않아 오늘은 수평선에 바다안개[海霧]도 없어 아름다운 오메가(Ω)를 아낌없이 보여주어 잠시지만 황홀한 일몰경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해넘이 무렵에 만나는 오메가가 얼마나 귀한줄 잘 모르지만, 사진인들을 그 귀함을 잘 안다. 그래서 오메가를 만나려면 '삼대가 적선해야 볼 수 있다'는 말을 농담삼아 하기도 한다. 온나라에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가 많이 있지만, 오메가를 만나기란 20번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다. 늘 지는 해이지만, 날씨 좋은 날 오메가를 기대하며 찾는 곳에서 오메가를 만날 확률은 불과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것도 해돋이와 해넘이가 계절에 따라 남북으로 오르 내리기에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에서 최고의 장면이란 1년에 불과 몇 번 만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귀한 오메가를 만났고, 더불어 서쪽하늘에서 펼쳐진 화려한 구름들의 춤도 보았다. 하늘에 구름은 사랑의 하트까지 쏘와주었으니, 하루종일 기대하며 먼 거리 오느라 쌓인 운전의 피로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큰 좋은 날이었다.

 

삼대 적선한 공을 받은 듯 기쁘기 그지없는 날이었다.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하루가 인생이라면, 그 인생도 이 처럼 아름답길 기원해 본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