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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조선에서 멋지게 해낼 수 있다!

소설 이순신의 나라 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더 이상 서아지를 상대로 대화를 잇지 않고는 군관에게 가덕도로 귀선을 항해 하도록 주문했다. 서아지의 끈질긴 고집을 받아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귀선이 가덕도에 거의 접근하자 김충선의 태도가 돌변했다.

“서아지, 너의 상관으로 명령한다. 하선은 나 혼자 단신으로 한다. 따라오지 마라”

“엥? 무슨 소리야?”

김충선은 이미 결정한 모양이었다. 눈빛에 신념이 흘러 넘쳤다.

“준사는 내가 구한다. 그대는 즉각 통제사에게 일본 함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라. 무모한 부산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어서 떠나라!”

“이런 법이 어디 있소?”

“법 보다 빠른 것이 너무 많다. 친구, 부탁한다.”

 

사야가 김충선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닷물로 뛰어 들었다. 섬과는 지척이기에 사야가 김충선의 수영 실력으로는 충분한 거리였다.

“대장? 사야가 김충선 장군!”

서아지가 놀라면서 소리쳤지만 이미 김충선의 모습은 바다를 헤엄치면서 저만치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귀선 위의 관군들과 수병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라 당황하는 모습들이었다.

“격군들은 어서 하판으로 내려가 노를 잡는다!”

서아지의 명령에 따라서 우르르 격군들이 몰려갔다. 서아지는 말보다도 실천이 항상 빠른 김충선이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너란 놈은 그럴 줄 알았다.”

 

문득 뱉어진 서아지의 음성에는 뭔가 기분 나쁜 음침함이 앙금처럼 뒤엉켜 있었다. 서아지의 심술궂은 볼 따귀가 씰룩였다. 그의 눈가에는 야심이 담겨있는 우중충한 빛깔이 충만하였다.

‘통제사의 제국에 내가 널 대신해 줄 수 있다. 부디 사라져다오. 나도 조선에서 멋지게 해낼 수 있다! 사야가, 이제는 그만 사라져 줬으면 좋겠어. 넌 멋진 놈이었다.’

서아지의 안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사야가 김충선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다. 서아지의 완벽한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애초부터 서아지는 준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의 야심은 김충선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통제사가 가장 신뢰하는 항왜 무장! 조선의 최고 재상인 유성룡과 전군을 통치하는 권율, 의병중의 의병장인 곽재우가 신임하는 김충선!

 

‘너는 왜 항상 내 위에 서있는 것이냐?’

서아지의 불만이었다. 김충선만 아니라면 자기 역시도 조선의 명가(名家)들에게 대단한 신임을 받을 자신이 존재했다. 서아지는 음흉한 실소를 흘리며 섬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는 귀선에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가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밤바다는 어두웠고 철썩이는 파도의 그칠 줄 모르는 아우성만 울려 퍼졌다.

 

 

* * *

 

준사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얼마 전에 경험했던 지옥이 생생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정녕 꿈은 아니었다. 붕대로 감아놓은 다리는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다량의 출혈로 인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진작 죽음을 선택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