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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귀신이 올라왔다!

소설 이순신의 나라 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무라야마는 한 시진(=2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구루시마의 함대가 운집해 있는 가덕도의 해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기진맥진한 그를 발견한 보초병이 놀라면서 화승총을 겨냥했다.

“바다에서 귀신이 올라왔다!”

무라야마가 손을 높이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빠가야로! 난 구루시마 함대소속의 무라야마다. 적에게 납치되어 끌려가던 중에 탈출했다. 어서 구루시마 장군에게 보고해라.”

보초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무라야마?”

무라야마는 힘없이 바닥에 넘어지면서 기었다.

“장군을 어서 불러다오!”

임시막사에서 취침 중이던 구루시마가 보고를 받자 미처 갑옷도 걸치지 못하고 뛰어 나왔다.

 

 

“어찌된 영문이냐?”

구루시마는 그때까지도 대장선에 잡아 둔 준사의 탈출에 대하여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라야마는 사실대로 아뢰었다.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대장선의 포로를 구해서 도주했습니다.”

“무엇이라고? 이런 대담한 작자가 있나? 감히 우리 진영으로 뛰어 들었단 말이냐? 어떤 놈이었냐?”

“이름은 알 수 없고, 건장한 체격에 힘이 장사였습니다. 무술 솜씨 또한 비범하여 단숨에 우리 병사 세 명을 베어 넘겼습니다.”

구루시마의 눈에서 형연하기 어려운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놈은 어디로 갔느냐?”

“소생을 포로로 하여 포작선의 노를 젓게 하였습니다. 그 자가 부상자를 돌보는 틈을 이용해서 바다로 뛰어 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잘 한 일이다. 그 포작선의 방향은 어디냐?”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부산 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아난 시각은 얼마나 흘렀느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한 시진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구루시마가 두 장수를 즉각 호명했다.

“하치스카! 마시타!”

마시타는 지난번 명량에서 구루시마를 구출하여 달아났던 바로 그 일본의 장수였다. 이번에도 관선의 대장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명을 내려 주소서.”

구루시마는 어둠으로 적막한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세키부네 두 대를 부산 방향으로 즉시 투입하겠다. 달아난 포작선을 다시 나포해 오는 것이 임무이다. 출동하라. 지금쯤 부산 앞바다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곧 동녘이 밝아오는 시각이니 놈들은 꼼짝할 수 없을 것이다.”

뿌웅--

출정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두 대의 관선이 해안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관선은 부산 앞바다로 빠르게 미끄러져 나왔다. 마시타의 관선 상판위에는 간신히 헤엄쳐서 살아 돌아왔던 무라야마가 새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늠름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미 그의 얼굴에는 기진맥진 했던 모습은 간 곳 없었다.

‘나도 살아야 하니 용서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