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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일상을 새롭게 해석한 조명과 사람의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ㆍ조명박물관 공동기획전 《Lighting, 일상을 조명하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조명박물관(관장 구안나)과 함께 2018년 8월 29일(수)부터 11월 4일(일)까지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조명박물관에서《Lighting, 일상을 조명하다》 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말 근현대 조명의 등장으로 변화된 우리의 일상을 주제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호롱’ㆍ‘남포등’과 1914년에 생산된 ‘에디슨 전구’ 등 모두 90여 점의 조명 관련 자료와 사진, 영상을 볼 수 있다.

 

조명과 사람의 이야기, 일상을 밝히다

 

1876년 개항(開港) 이후 석유와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근현대 조명기구의 수입은 동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사용해 온 등잔과 같은 조명기구를 대신하며, 전통 조명기구에 의존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밤을 낮처럼 밝힌 조명은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한편,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어 그 영역을 확대하였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빛’의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과 조명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삶의 변화를 이끈 빛, 일상을 다시 보다

 

전기가 들어오던 날, 첫 번으로 점화가 되던 날 나는 한숨의 잠도 이루질 못했다. …중략… 밤새도록 전등을 켜놓고 신기한 듯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전등을 보고 또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전깃불이 들어왔다〉, 『경향신문』, 1977. 9. 1.

 

 

 

 

1부 ‘밝히다‘에서는 근현대 조명의 발달이 산업화ㆍ도시화로 이어지며 사람들의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다룬다. 전기 발명의 초창기인 1894년 ‘에디슨 백열전구(Edison Carbon Lamp)‘를 비롯하여, 1950년대에 사용하던 조명등이 붙은 ’재봉틀‘, 1960~70년대 광부들이 모자나 허리띠 등에 붙였던 ’카바이드등‘과 ’공장 형광등‘은 산업화 시기의 우리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19세기 후반의 조명 상점을 재현한 진열장에서는 개항 이후 수입된 다양한 조명기구를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탈리아 구찌니(Guzzini) 사(社)의 플로어 스탠드‘나 ’카이저 이델(Kaiser Idell)의 테이블 스탠드‘는 시대를 초월한 고풍스러운 매력을 드러낸다. 이러한 서양에서 수입된 조명은 개항 이후 궁궐과 일부 상류층의 서양식 주택에서 사용하던 ’천장등‘과 더불어 집안 장식용이나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며, 당시 사람들의 빛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데, 이 조명기구를 직접 점등해 볼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1부 끝부분의 영상 ‘빛으로 가득한 도시’는 과도한 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소통과 교감의 빛, 새로운 문화를 만들다

 

"응원봉을 제일 많이 쓰는 이유가 아무래도 공연장에서 빛으로 표현하면 가수에게 보여지는 게 더 크고...(중략)... 조명의 빛이 또 색상별로 다 달라요...(중략)...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하고...(중략)... 그 빛을 통해서 가수들과 소통을 하는 거죠. 무대 위의 가수들과 관객석의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거죠."

 

                                                                                     <교감하는 응원 문화>영상 중에서

 

2부 ‘통(通)하다’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통로로서의 조명이 새로운 문화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철도 건널목의 ‘신호등’과 ‘타임슬립(Time-Slip, 어떤 사람 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질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는 일)의 교통(영상)’을 통해 신호 체계로서 조명이 만들어 낸 효율적인 교통ㆍ운송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역에서 사용하던 ‘시그널 램프’, 선로전환기의 개통 방향을 알려주는 ‘선로전환기 부착용 램프’ 등을 통해 20세기 초반의 철도 교통을 회상할 수도 있다.

 

 

 

 

한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등의 팬클럽이 사용하는 ‘조명이 달린 응원봉’은 전시장의 영상을 통해 빛으로 소통ㆍ교감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 도구로서의 조명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LED 전광판을 재활용한 이재형 작가의 조형 작품 <밴딩 매트릭스Bending Matrix>를 통해 조명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

 

조명,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다

 

이와 같이, 이번 전시는 근현대 조명을 통해 변화하는 일상의 풍경과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여,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하는 조명이 지니는 가치, 그리고 사람과 빛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Lighting, 일상을 조명하다》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이 2012년부터 ‘지역 박물관의 활성화와 지역 문화 발굴’을 목표로 지속해 온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사업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