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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선의 한시 산책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 펴내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옛 선비들의 격조야 어찌 넘보겠습니까만 제멋대로 시구를 고르고, 삶의 여행에서 만난 경물을 사진으로 담고, 또 제 말을 섞어 책으로 엮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경景은 정情으로 인해 아름답게 된다 했습니다. 이 사진과 시들이 여러분들 마음속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깨워 되살려 낼 수만 있다면 또한 더 바랄 게 없지 싶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반핵특위 위원장, ‘반핵평화운동연합’ 창립준비위원.... 치과의사이자 진보적인 사회운동가인 콩밝 송학선의 한시 산책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가 출간됐다.

투사일 것만 같은 이력의 지은이가 직접 사진을 찍고, 한시를 읽고, 노래를 했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소박하게 즐기는 수준을 넘어섰다. 함께 한 여행 전문가가 “우리가 지나온 곳에 저런 게 있었어?” 하고 놀랄 만한 사진을 찍고, 이름난 소리꾼을 앞에 두고 6시간을 쉼 없이 노래하여 그이의 노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예인의 경지를 넘본다.

 


신간 “콩밝 송학선의 한시 산책: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는 지은이가 한시를 읽고, 가락을 음미하고, 시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적은 책이다. 여기에 그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어울리는 사진을 골라 한시와 나란히 배치했다. 마치 한시를 음미하며 걷는 산책길의 풍경인 듯 시와 잘 어우러지는 사진을 보는 것도 이 책만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 책에 실린 64수의 한시를 지은이가 읽는 방식도 독특하다. 먼저 한글 독음을 앞세우고 한자가 뒤따른다. 옛 선비가 했듯 소리 내 읽어보고 운율을 느껴보란 뜻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뜻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한자의 뜻풀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다음에, 시를 읽은 지은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런 식이다.

“석도石濤의 시를 머리맡에서 읽다가 ‘필함춘우사도화筆含春雨寫桃花 봄비에 붓 적셔 복사꽃을 그린다.’는 구절에 그만 또 울음이 터졌네요. 무엇이 그리 그립고 부럽고 하고 싶었는지 그냥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더 늙기 전에 동무 불러 봄비에 붓 적셔 그림 한 폭 그려 두고 마냥 취할 수 있기를…….”

지은이의 이야기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세상 이야기, 인생에 대한 성찰, 자신의 암 투병 이야기 등 시를 읽으며 떠오른 느낌,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갈 뿐이다. 마치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는데 독자 여러분은 또 어떻게 읽으실까요?” 말을 건네는 듯한 구성으로 64수의 한시를 읽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