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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땅 속에 묻혔던 600년 서울역사 '공평동 현장박물관'에

서울시, 신축건물 지하1층 전체에 서울서 가장 큰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문열어
'15년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굴된 집터ㆍ골목길과 생활유물 1,000여 점 원위치 보존
16~17세기 가옥 실제크기, VR영상 등으로 복원, 조선시대 골목길 직접 걷는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서울 종로에 올해 6월 들어선 26층 건물(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서울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투명한 유리바닥과 관람데크를 걸으면서 발 아래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16~17세기 건물 터와 골목길을 관람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수백 년 동안 사용된 골목길 42m를 실제로 걸을 수 있다. 가상현실(VR) 영상기기로 그 당시 가옥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청동화로와 거울, 일제강점기 담뱃가게 간판 등 그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 모두 1,000여 점도 만날 수 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조선 초기~일제 강점기 600년 역사가 서울 종로 한복판인 공평동에서 깨어났다. 서울시가 이 건물의 신축 과정에서 발굴된 108개 동 건물터 일부, 골목길 등 유구와 1,000여 점이 넘는 생활유물을 전면 보존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3년 준비 끝에 12일(수) 개관했다고 밝혔다.

 

연면적 3,817㎡로, 서울 최대 규모 유적전시관이다. 이 건물 지하 1층 전체가 조선 한양부터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의 흔적과 유구‧유물을 원 위치에 고스란히 보존한 살아있는 ‘현장 박물관(on-site museum)’에 해당한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학예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굴조사가 완료된 2015년 10월부터 전기 기본계획 수립~전시 콘텐츠 구축~전시관 조성ㆍ개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했다.

 

특히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유도한 민관 협력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의 첫 사례다. 2015년 사대문 안 공평동 정비사업 중 대단위로 발굴된 도로와 골목, 집터 같은 매장문화재를 원 위치에 전면 보존하면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보전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을 일명 ‘공평동 룰(Rule)’로 이름 붙여서 앞으로도 도시개발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에 대한 관리 원칙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사대문 안에 자리잡은 공평동 1, 2, 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선시대 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4개 문화층(유적이나 유물이 묻혀있는 지층)에 건물터, 골목길 등 유구, 유물을 발굴하고, 문화재청, 사업시행자와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협의를 거쳐 전면보전하기로 합의했다. 사업시행자는 당초 용적률 999%(A동 22층, B동 26층)에서 용적률 인센티브(200%)를 받아 총 1,199%(A동 26층, B동 26층)으로 건축했다.(준공일 2018.7.30.)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서울시에 기부채납돼 한양도성박물관, 청계천박물관, 백인제가옥, 돈의문전시관 등과 같이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2일(수) 14시30분 개관식을 갖고 내부 공간을 소개했다. 개관식에는 박원순 시장, 승효상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위원회 위원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관의 핵심 콘텐츠는 각각 다른 형태의 가옥 3채(▴전동 큰 집 ▴골목길 ㅁ자 집 ▴이문안길 작은 집)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원, 조선 한양의 집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남은 건물 터와 과거 실제 집을 비교해보고 당시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서울역사문화박물관은 발굴 당시 켜켜이 쌓인 4개 문화층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잘 남아있어 보존 효과가 큰 16~17세기 문화층(Ⅳ문화층)을 원 위치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입구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전동 큰 집’ 터 앞에는 1/10 크기로 축소한 모형과 영상이 있어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다. ‘골목길 ㅁ자 집’ 터에서는 가상현실(VR) 영상기기(총 10개 비치)를 착용하고 디지털로 복원된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마치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문안길 작은 집’은 집터 내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재현했다.

 

3곳 모두 발굴 당시 출토된 건물 터 가운데 보존상태가 좋고 건물 수와 규모에서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곳들이다.

 

핵심 콘텐츠를 포함한 전시관 내부 전체는 4가지 주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①개발과 보존의 상생(보존과 공평동 룰) ②조선시대 견평방(수도 한양의 중심) ③근대 공평동(공평동으로의 변화) ④도시유적 아카이브(도시유적 발굴지도)다.

 

개발과 보존의 상생 : 공평지구의 개발 과정에서 서울시가 정립한 ‘공평동 룰’(대규모 개발사업시 ‘원 위치 전면보존’ 원칙)을 통해 개발과 보존의 상생 방향을 조명한다. 전시관 조성 과정과 유구 배치의 기본방향을 패널로 소개하고, 발굴현장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견평방 : 조선 한성의 행정구역(한성부 중부 8방) 가운데 하나로, 현재 공평동 일대가 바로 이 지역에 해당한다. 여기에서는 시전, 궁가, 관청 등 다양한 시설과 계층이 혼재됐던 견평방의 형성과 도시구조를 그래픽 영상, 건물 모형 등을 통해 다채롭게 소개한다. 또 시전 배후지로서 견평방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생활유물을 통해 볼 수 있다.

 

근대 공평동 : 조선시대 견평동에서 근대 공평동으로의 변화상을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건축가 박길룡과 항일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의 영상으로 소개한다. 또, 담배판매소(조선연초주식회사 제품판매점)의 철제 간판 등 근대시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도시구조의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도시유적 아카이브 : 사대문 안 서울 도심의 도시유적 발굴조사 성과를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도시유적 발굴지도’로 한 눈에 볼 수 있다.

 

각 전시 구역별로 마련된 진열장과 유구 위에는 2015년 당시 발굴된 유물 모두 1,000여 점이 망라돼 있다. 인근 청진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20점도 함께 전시된다. 청동으로 만든 삼족화로, 중국 명대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매병 조각, 청동거울, 조선 전기 무신인 구수영(具壽永)의 패찰 등이 당시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한 곳에서 다량 출토된 ‘참조기 이석’ 등 생선 유체(遺體)를 통해 당시 한양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관람시간은 평일 아침 9시~ 저녁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은 휴관한다. 관련 문의는 전화(☎02-724-0135)로 하면 된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온전하게 발굴됐다. 서울시의 결정과 민간 사업시행자의 협력으로 도시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전면적으로 보존해 도시박물관이 조성됐다.”며 “이는 역사도시 서울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정책의 선례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