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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 숭배와 수렵의 이중주’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ㆍ강원도산림박물관 공동기획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과 강원도산림박물관(관장 심진규)은 백두대간을 품은 강원도와, 그 산과 숲에 의지하며 동물과 어우러져 살았던 산촌 사람들의 삶을 탐색하는 공동기획전을 연다. 2018년 9월 19일(수)부터 12월 31일(월)까지 강원도산림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산신도, 인제 김부대왕 당의 철마(鐵馬), 호식총(虎食塚), 멧돼지창, 매덫 등의 민속자료와 더불어 시베리아 호랑이, 멧돼지, 꿩, 참매 등의 야생동물 박제, 관련 영상을 전시하여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강원도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공존의 이중주: 때로는 두려워하며, 때로는 숭배하며, 또 때로는 사냥하며

 

 

백두대간의 등줄기, 태백산맥을 품은 강원도는 한반도의 자연과 한민족의 기백을 지닌 채 한반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높은 산과 겹겹이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가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한다. 대자연 속에서 강원도 사람과 동물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의 삶에서 동물은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으로, 때로는 인간을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호랑이의 용맹과 기개를 닮고자 그 위엄을 숭배하고, 멧돼지를 사냥하며 생존을 이어온 강원도에서의 삶은 그 자체가 ‘공존(共存)의 이중주’였다.

 

1부 ‘산군(山君)에 빌다’에서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강원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 호랑이와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된다. 호랑이의 용맹무쌍함을 배우고자 했던 사람들은 호수(虎鬚), 단호흉배(單虎胸背), 호랑이 부적 등에서 호랑이의 용맹과 기개를 닮고자 했던 사람들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다. 호랑이의 생태적 특징을 설명하는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의 인터뷰와 시베리아 호랑이 등 박제동물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과 더불어 현장감을 더해준다.

 

 

 

 

한편 호환을 방지하기 위해 집에 설치하였던 호발[虎簾]과 이중문,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 인제 김부대왕 당(堂)의 호랑이와 싸우다 다리가 잘린 철마(鐵馬), 태백산신령 무신도(太白山神靈巫神圖), 대관령 국사 여성황당 홀기(大關嶺國師女城隍堂 笏記) 등의 자료를 통해 호랑이가 신격화하고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2부 ‘사냥을 나서다’에서는 강원도 산촌민의 생계수단이자 놀이의 하나였던 사냥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는데, 특히 멧돼지 사냥을 비중 있게 다룬다. 꿩을 잡는데 쓰인 창애를 비롯하여, 토끼 같이 작은 짐승을 잡는 덫과 매사냥에 쓸 매를 산 채로 포획하는 매덫 등의 민속유물이 꿩, 멧토끼, 참매 등의 야생동물 박제와 함께 산촌민의 수렵문화를 그려낸다. 또한 강원도 산촌민의 겨울철 놀이이자 영양 공급의 수단이었던 멧돼지 사냥과 관련된 창과 창날, 몰이 도구(나무 나팔, 징, 꽹과리)와 사냥꾼의 차림새(썰매, 설피, 주루막, 갖옷) 등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무너진 공존의 전통

 

3부 ‘동물이 사라지다’에서는 지난 백여 년 사이에 강원도, 나아가 한반도에서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에 공존의 전통이 무너진 사연을 조명한다. 즉, 일제강점기 사람을 해치고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맹수들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해수구제(害獸驅除)’ 사업의 무자비한 포획 이후 환경오염,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어 멸종 위기에 이른 동물의 이야기를 동물박제를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와 복원사업으로 연결되어 생태계의 균형과 공존의 전통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