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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한 번 불어야 고기가 잡힐 것

[정운복의 아침시평 3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의자를 꺼내다가 새끼손가락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던 손가락인데

조그만 상처에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잃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도 바닷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인의 아버지께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바다를 보며 한숨 섞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태풍과 같은 큰 바람이 한 번 불어야 할 텐데..."

고기잡이를 전업으로 하는 어부가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큰 바람이 불어 바다를 한 번 뒤집어 놓아야

바다 속에 용존 산소량이 늘고 결국 플랑크톤과 같은 먹이가 풍부해져

물고기들이 많이 잡힌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우리네 삶에도 아픔의 고통과 태풍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보면 아픔을 인내한 옹이가 더 단단하고

하늘은 태풍이 지나가야 한층 더 맑아집니다.

 

삶에 있어서 고난이란 유익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넘어져보지 않은 사람은 일어서는 방법을 알 수 없고

죽을 만큼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삶의 간절함을 알 수 없습니다.

 

잔잔한 바다에서 위대한 선원이 만들어지지 않고

아프지 않은 조개에서 영롱한 진주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고통의 상처에서 영광의 꽃이 피어나는 법이니

오늘 눈물 젖은 빵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르반테스가 지독한 가난과 궁핍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돈키호테와 같은 걸작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