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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주쿠 거리, 영어 간판이 별로 없다

[맛있는 일본 이야기 46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는 한국 글자인 한글 반포 572년째 되는 날이다. 여러 곳에서 세종대왕의 ‘백성사랑’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문자인 ‘가나(がな)’는 언제 생긴 것일까? 30여년 이상 일본어교육 현장에서 수업을 해오면서 첫 수업시간에 ‘가나(がな)’의 기원을 물어보면 의외로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1912)’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일본글자인 ‘가나(がな)’는 한글과 달리 만든 시기와 만든 사람을 알 수 없다. 물론 만든 목적도 알 수 없다. 그에 견주면 한글은 ‘세종임금이 1443년,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사랑해서 누구나 알기 쉽게 쓰게 하려고 만든 글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일본 글자의 출발이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 초기라고 하는 설도 있으나 서기 1,000년 정도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그렇다면 한글 만든 지가 올해 572년째이니 ‘가나(がな)’ 문자가 428년 정도 앞섰다고 봐야한다.

 

그럼 왜 한글은 일본의 가나글자보다 늦게 나온 것일까?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한국에서는 세종임금이 나오기 전까지는 양반이라면 ‘한글이란 글자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고대 이래 한국의 지배층은 한자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기에 글자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일본에서는 한자를 자유자재로 쓰는 층이 따로 없었기에 일찍부터 자신들의 글자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일본 글자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로 구성되는데 하기 좋은 말로 여자들이 한자 읽기가 어려워 ‘히라가나’가 고안되었으며 남자들은 ‘가타카나’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는 조금 억지다. 오히려 남자나 여자나 ‘어려운 한자’에 질려버려 일찍부터 한자로부터 고안해낸 ‘가나글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는 게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가나’와 ‘한글’의 탄생 시기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겨난 각각의 글자는 각 나라에서 불편함이 없이 쓰고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두 나라 글자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두 글자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다음 사항을 들고 싶다.

 

일본 글자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합쳐 약 100자를 익혀야하지만 한글은 24자로 충분하다. 일본 글자는 100자에 가깝지만 낼 수 있는 소리에 제한이 많다는 것이 약점이다. 약점이라고 하는 것은 자국민끼리만 소통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 말을 익힐 때 걸림돌이 된다.

 

한 예를 들면, 일본어로 한국어 ‘어머니’란 발음은 내기가 어렵다. 일본어에는 모음 ‘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돈을 뜻하는 영어의 ‘머니’는 ‘마네’로,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는 ‘브라자’로 발음해야 한다. 모음이 ‘아이우에오’ 5자 밖에 없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소리가 매우 한정적이다. 그에 견주어 한국어는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처럼 모음이 많아 웬만한 발음은 제한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일일이 두 나라 언어가 낼 수 있는 소리라든가 하는 것을 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가 오래도록 자국의 언어를 갈고 닦으며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요즈음 서울 거리는 온통 영어 간판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쓰는 말 속에도 외래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초등학교도 모자라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러다 보면 끝내는 ‘한글 무용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든다. 정말 100년 뒤에도 500년 뒤에도 자랑스러운 한글이 제자리에서 빛을 발할까 걱정이다. ‘가나날’이 없는 일본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언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길거리 간판을 영어로 도배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