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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해가림(일식)때 물동이에 물 담아 해를 보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해가 한낮이 되려는 때 빛이 갑자기 엷어져 / 日之將中光忽薄

     처음에는 담장 밖에서 징소리 들리더니 / 始聞墻外聲鏗鏘

     잇달아 쿵쿵 북소리 사방으로 퍼지네 / 俄驚鼞鞳連四方

     깜짝 놀라 문밖에 나가 해를 쳐다보니 / 矍然出戶仰天日

     어슴푸레 해 주변에 물체가 있는 듯하네 / 怳若日邊疑有物

     아이 불러 물동이에 맑은 물 담게 하고 / 呼兒將盆挹淸淪

     그 물동이 바닥으로 금륜(해)을 살펴보니 / 試從盆底窺金輪

     해가 반쯤 이지러져 조각달 같아 보이네 / 金輪半破如缺月

     참담한 하늘 모습에 큰 시름에 잠겼네 / 天容慘淡若愁絶

 

 

위 글은 고려 말의 문신 정추(鄭樞, 1333 ~ 1382)가 쓴 《원재고(圓齋集)》라는 문집에 나오는 시로 해가림(일식)에 대해 읊은 것입니다. 일식(日蝕) 곧 해가림은 요즘뿐이 아니고 고려, 조선시대에도 있었는데 조선시대에는 해가림이 있으면 구식례를 했습니다. “구식례(救食禮)”는 해가림이나 달가림(월식-月蝕)이 있을 때 이를 괴이한 변고라 하여 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월대(月臺) 곧 섬돌에서 해나 달을 향해 기도하며 혹시나 자신이 잘못한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의식이지요.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는 물동이에 물을 담아놓고 거기에 비치는 해를 관찰했습니다. 해가 반쯤 이지러져 조각달과 같았다는 것을 보아 부분일식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해가림을 음기(陰氣)가 성하여 일어나는 이변(異變)이라 생각하여 양에 속하는 악기인 징과 북을 쳐서 해가림을 없애려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과학시대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은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어떻게든지 극복하려는 모습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