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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25년전에 봉환된 유해, 아직도 상해에 있다고?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쓴소리 (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호! 슬프다 한민족 사랑하는 조국이요

차라리 칼을 빼 목숨을 끊고 싶어도

이 한 몸 죽음 적이 바라는 피함이요

곡기 끊어 굶어 죽고 싶으나

나라 팔고 이름 사는 일 차마 할 수 없구나

이제 분루 삼키며 하늘 끝 치욕을 받을 것인가

끝내 힘 길러 밝은 결과를 보겠는가

                        – 국립서울현충원 ‘이상룡 선생 무덤 빗돌에 새겨 있는 글’-

 

국혼(國魂)은 살아있다

국교(國敎) 국학(國學) 국어(國語) 국문(國文) 국사(國史)는

국혼(國魂)에 속하는 것이요,

전곡(錢穀) 군대(軍隊) 성지(城池) 함선(艦船) 기계(器械) 등은

국백(國魄)에 속하는 것으로 국혼의 됨됨은 국백에 따라서

죽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교와 국사가 망하지 아니하면

국혼은 살아 있으므로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 국립서울현충원 '박은식 선생 무덤 빗돌에 새겨 있는 글'-

 

국립서울현충원 임정묘역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의 생생한 어록이 빗돌(비석)에 새겨져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한다. 이렇게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박은식, 이상룡, 신규식, 노백린 장군 등의 유해는 1993년 8월 10일 중국에서 그 유해를 모셔와 2018년 10월 16일 현재 국립서울현충원 임정묘역에서 영면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 누리집(홈페이지) 공훈전자사료관 → 독립유공자정보→ 독립유공자공훈록에는 아직도 이 분들이 상해에 묻혀있다고 적어 놓았다. 기가 막힐 일이다. 박은식 대통령의 경우 “1925년 11월 1일 상해에서 숨진 뒤 정안사로(靜安寺路) 공동묘지에 안장하였다.”고 써놓았는가 하면 신규식 국무총리의 경우는 “1922년 9월 25일에 과로로 상해에서 43세를 일기로 영면하였으며, 상해 만국공묘(萬國公墓)에 안장되었다.” 고 써놓았다.

 

 

 

 

 

 

그런가 하면 1920년 2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로스에 비행사양성소를 설립하여 비행사를 양성하는 한편 상해로 돌아와서는 교통 겸 군무총장직을 겸직하였던 노백린 장군의 경우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던 노백린 장군은 상해에서 병을 얻어 1926년 1월 22일 한 많은 일생을 마치게 되니, 임시정부에서는 정부요인 및 학생 등 8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성(仁成) 학교에서 성대한 장의식을 거행하고 정안사로(靜安寺路)의 공동묘지에 안장하였다.”고 써 놓았다.

 

위에 든 임정요인들처럼 고국으로 유해를 모셔온 지 올해로 25년째에 이르는 데도 국가보훈처는 이들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25년전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국민에게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기자는 2010년에 박은식 대통령이 묻혀있던 상해 만국공묘(萬國公墓)에 다녀 온 적이 있다. 당시에 만국공묘에는 박은식 대통령처럼 고국으로 유해가 돌아간 분들은 빗돌을 남겨 ‘고국으로의 이장’을 적어두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상해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유해뿐이 아니라 미주지역에서 봉환된 독립운동가 기록도 엉터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강혜원, 김성권 부부의 유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있는 로즈데일무덤에 묻혀 있다가 2016년 11월 16일,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제5-138 묘역에 안장되어 있건만 국가보훈처 기록에는 “김성권 지사는 노년에 접어들어 8년간 뇌일혈 증세로 고생하던 중, 1960년 1월 85세를 일기로 로스엔젤레스에서 사망하여 로즈데일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라고 써놓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강혜원, 김성권 부부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되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하다.

 

 

미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임설실(1882-1947) 지사 역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데일무덤에 묻혀 있다가 2017년 11월 16일,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제5-234> 묘역으로 옮겨왔지만 국가보훈처 기록에는 아예 무덤 이야기는 없다.

 

기자는 지난 8월 11일 오전 11시(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든스윗 호텔에서 열린 미주지역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제73주년 광복절 및 도산 기념동상제막 17주년 합동 기념식 – 파이오니어 소사이티 연례 오찬회-에 참석하여 임성실 지사의 증손녀인 머샤(Marsha Oh Bilodean, 62살) 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머샤 씨는 임성실 할머니를 로즈데일무덤에서 고국의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셨다면서 “꿈에도 그리던 증조할머니(임성실)의 유해를 안고 직접 한국에 갔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던 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기자가 글을 쓰면서 확인한 몇 예에 지나지 않는다. 25년 전에 고국으로 모셔온 유해를 아직도 상해 공동묘지에 묻혀있다고 하거나, 미국의 로즈데일무덤에서 고국으로 이장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국가보훈처의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록의 늑장도 늑장이려니와 일관성도 문제다. 어떤 분은 무덤을 소개하고(엉터리일지라도), 어떤 분은 무덤 이야기가 아예없다.

 

이참에 국가보훈처에 제안하고 싶다. 독립유공자가 잠들어 있는 무덤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립유공자들이 반드시 국립서울현충원이나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것은 아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분들의 정확한 정보는 물론이고  현충원에 안장되지 않은 분들의 무덤도 친절히 알려주면 좋겠다.

 

기자의 경우, 전국 방방곡곡 독립유공자의 무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보니 여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살아생전에 뵙지는 못했어도 독립유공자의 무덤을 찾아 꽃한송이라도 바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정확한 무덤정보를 알려주었으면 한다. 급선무는 25년 전에 고국으로 돌아온 독립운동가들의 무덤 정보만이라도 하루 속히 바로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