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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사신성황당의 현판과 신도 그리고 지킴이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30]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사신성황당의 경당(經堂) 안에는 1889년(고종 26) 때 나무 현판으로 제작된 봉축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이는 조선 제26대 고종(1852-1919) 때 궁에서 이곳에와 고종과 왕비, 왕대비, 세자, 세자빈 등을 위해 봉축을 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로서 조선 왕실과 무속신앙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자료라 가치가 적지 않다. 사신성황당의 이와 같은 기복 의례는 고종의 비 명성황후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당지기 김형순 여사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목현판은 가로 84㎝, 세로 41㎝이다. 그러나 귀퉁이와 아래쪽 조각 장식품까지 합하면 가로 117㎝, 세로 55㎝가 되고 높이는 7.5㎝이다. 이 나무 현판은 이곳에 남아 있었던 신도(神圖)들과 함께 2005년 2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호 지정되었다. 다음은 현판 원문과 이를 필자가 해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판 내용에서, 봉축(奉祝)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 올린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임금을 비롯하여 중궁, 왕대비, 세자, 세자빈, 후궁, 후궁 소생 등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이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쓰였다.

 

주상전하(主上殿下)는 임자년(壬子年)인 1852년에 출생한 고종을 지칭한다. 성수(聖壽)란 성상(聖上) 즉, 성스러운 임금의 수명장수를 위할 때 쓰는 말이다. 만만세(萬萬歲)는 아주 오래도록 만수무강(萬壽無疆)하라는 뜻이다. 중궁전하(中宮殿下)는 고종황제의 왕비(王妃) 명성황후(明成皇后) 여흥(驪興) 민씨(閔氏)이다. 명성황후 민씨는 신해년(辛亥年)인 1851년에 출생하여 1895년 을미년(乙未年)에 사망하였다.

 

왕대비전하(王大妃殿下)는 조선 제24대 헌종(憲宗)의 계비(繼妃) 효정왕후(孝定王后) 홍씨(洪氏)로써 1844년 왕비가 되었고, 1849년 조선왕조 제25대 왕 철종(哲宗)이 즉위하자 대비(大妃)가 되었다. 그리고 1857년 순조의 비 순원왕후(純元王后)가 죽자 왕대비(王大妃)가 되었다. 왕대비 홍씨는 신묘년(辛卯生)인 1831년에 출생하였다. 만세만세(萬歲萬歲)란 아주 오랜 시간 영원토록 만수무강 하라는 뜻이다.

 

 

세자저하(世子邸下)는 고종의 아들 순종을 가리킨다. 순종(純宗)은 고종 11년인 1874년 갑술년(甲戌年)에 태어나 다음 해인 1875년에 왕세자로 책봉되었다. 그리고 1897년에는 대한제국 수립에 따라 황태자로 책봉되었다가 1907년 즉위한 후 1926년 사망하였다.

 

천추(千秋)는 천년을 이르는 말로 곧 오랫동안 만수무강하라는 뜻이다. 봉각(鳳閣)은 궁궐의 건축물을 이르는 것으로 봉루(鳳樓)라고도 한다. 빈궁저하(嬪宮邸下)는 여흥(驪興) 민씨(閔氏) 순명효황후(純明孝皇后)를 가리킨다. 1882년에 11살 나이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고, 1897년에는 황태자비로 책봉되었으나 남편인 순종이 황제로 즉위하기 전인 1904년 33살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신미년(辛未生)은 순명효황후 민씨가 태어난 1871년이다. 제년제년수제년(齊年齊年壽齊年)란 부부가 함께 오랫동안 장수한다는 뜻이다.

 

 

 

대원군(大院君)은 고종황제 아버지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李昰應)이다. 경신생(庚辰生)은 이하응이 태어난 1820년을 말한다. 그는 1898에 사망하였다. 부대부인(府大夫人)은 고종황제 어머니 여흥부대부인(驪興府大夫人) 민씨(閔氏)이며 이하응의 부인이다. 무인생(戊寅生)년 1818년은 이하응의 부인 민씨가 태어난 해이다. 그는 1898년 사망하였다.

 

궁인부(宮人夫)는 궁 안의 부인을 이르는 말로 곧 임금의 여자를 뜻한다. 궁부인(宮夫人)이라는 용어는 고려 초에도 쓰였는데 이 때는 후비(后妃)에게 내리는 봉작(封爵)이라는 뜻이었다. 갑인생(甲寅生)은 1854년이며 궁인부 엄씨(嚴氏)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아기씨[阿只]이다. 상궁(尙宮) 갑신생(甲申生)인 1824년생 하씨(河氏), 상궁(尙宮) 경인생(庚寅生)인 1830년생 윤씨(尹氏), 상궁(尙宮) 신묘생(辛卯生)인 1831년생 손씨(孫氏)가 기록되어 있다. 이 현판은 기축년(1889) 중하(仲夏)에 제작된 것이다. 중하는 여름이 한창인 때라는 뜻으로 음력 5월을 가리킨다.

 

한편, 사신성황당에 모셔져 있는 신도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들이다. 그것들은 사신할아버지와 사신할머니, 뒤지대왕(사도세자), 안성황님, 바깥성황님, 중국사신님, 석가모니불, 일광보살님, 월광보살님, 사신군웅장군님, 사신별상님, 인왕산신령님, 바깥건립님, 안건립님, 백마신령님, 당마누라부인님, 별상님, 삼불제석님, 지장보살, 최영장군, 최일장군, 양전별상, 소열황제, 산신도, 천금대감, 뒤주대왕, 오방신장, 성제림, 천신, 정전부인, 용장군, 용궁부인, 만신말명, 여산신남산신 등이다.

 

 

사신성황당 지킴이 김형순(金炯順, 음력 1937년 9월 24일) 씨는 할아버지부터 집안 대물림에 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씨는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동 44번지에서 출생한 서울 토박이이다. 김형순은 남편 홍사윤씨와 함께 사신성황당을 지키고 있다. 김씨의 친할아버지 김용환과 친할머니 강복순은 아들 셋을 두었는데, 큰아들 김영권(부인 김정애)에게 사신성황당을 물려주었다.

 

김형순에 따르면, 할아버지 김용환과 할머니 강복순 두 분이 힘을 합쳐 당을 사들였다고 한다. 김영권씨는 그의 아들 김형식(김형순의 남동생)에게 물려주었는데, 아들이 당을 지킬 뜻이 없자 김형순이 남동생에게 돈을 주고 관리권을 받았다. 한편, 인왕산 국사당 관리자 고 김명권씨가 김형순씨의 셋째 작은 아버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