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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 “세종 철학”을 톺아내다

김광옥 교수의 《세종 이도의 철학(상생의 길, 생민과 변역)》, 경인문화사
‘생생(生生)’, ‘생민(生民)’, ‘변역(變易)’ 등 핵심어로 본 세종의 철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올해는 세종 즉위 600돌이 되는 해이다. 그간 세종의 사상은 정치철학의 형태로 논의되어 왔으며, 세종의 정치를 민본ㆍ실용ㆍ자주나 중용ㆍ융합 등으로 설명해 왔다. 이에 수원대 김광옥 명예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세종 사유의 정치를 생각하며 세종의 철학이 가능할까 하는 물음을 가지고 경인문화사를 통해 《세종 이도의 철학(생생의 길, 생민과 변역)》이란 책을 펴냈다.

 

김 교수는 책에서 먼저 《세종실록》 속의 세종 용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그 근원으로서의 사상[철학]의 체계를 구성해보려 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말 가운데 ‘생생(生生)’(《세종실록》 26건/조선실록 169건, 성종(29건) 다음으로 2번째), ‘생민(生民)’(114건/2,008건, 중종ㆍ영조ㆍ선조ㆍ고종에 이어 5번째), ‘변역(變易)’(15건/198건, 숙종 다음 2번째)이란 말들을 복합적으로 보면 어느 시대 임금보다 세종이 앞서 간다. 여기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은 모두 16건 가운데 절반인 8건이 세종시대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삶 속에서 사람이 새로워지는 ‘생민[生民, 거듭나기]’과 사물이 새로워지는 ‘변역[變易, 새로나기]’의 원리와 사상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변역(變易)’의 길은, 먼저는 사회와 제도를 바꾸는 일이어서 훈민정음을 둘러싼 세종과 최만리는 논쟁을 벌인다.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언문 제작의 부당함을 아뢰며 말한다. “만일에 언문은 할 수 없어서 만드는 것이라 한다면, 이것은 풍속을 변하여 바꾸는 큰일이므로(此變易風俗之大者) 마땅히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백관에 이르기까지 함께 의논하되, 나라 사람이 모두 옳다 하여도 다시 세 번을 더 생각하고 임금을 꾸짖어 바로잡아, 긴 세월이라도 성인을 기다려 의혹됨이 없은 연후라야 이에 시행할 수 있는 것이옵니다.”(세종실록 26년2월20)

 

이렇게 변역은 사회 체제를 바꾸는 일이다. 김 교수는 “세종 시대의 사회 변화가 혁신적이었는가 하는 데에는 더 많은 논증이 필요하지만 순환을 넘어서는 변화에 대하여는 몇 연구자들이 ‘소박한 진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 “변역 정신은 변화를 확인하는 변증(269쪽 참조)의 신제, 창제 정신의 길이다.”라고 강조한다.

 

또 그는 “생생의 길 가운데 백성들은 ‘스스로 새로워짐’[自新]을 통해 생생지락(生生之樂)이라는 삶의 기쁨을 누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더불어 누리는 즐거움’[共享生生之樂可也, 세종실록 24년1월7일] 곧 살고 살리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세종의 생각이었다. 이 기쁨은 모두의 지속적인 즐거움인 공락(共樂)[萬民共樂 세종실록 11/8/24]의 세계로 향한다. 세종철학의 지향점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김광옥 교수는 서울대문리대, 서울대신문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동양방송 프로듀서, 중앙일보 동경지사장ㆍ부국장을 지냈다. 이후 경희대에서 ‘조선후기 민중공론에 관한 연구’라는 언론사 연구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대 법정대학장, 씨티대(런던) 방문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수원대명예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진행한 '세종실록 강독'에 참여한 뒤 세종에 천착해오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세종의 철학”을 톺아낸 결실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 책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쓴 대중교양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문화신문에서 이 세종 이도의 철학을 세종의 정치 현장에서 이루어진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서 풀어가는 연재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