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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회암사’ 글씨 약사여래삼존도 보물 예고

조선 시대 불교 조각과 고려ㆍ조선 경전 등 4건 함께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6세기 문정왕후가 발원한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를 비롯해 조선 시대 불교 조각과 고려ㆍ조선 시대 불교경전 등 4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회암사’ 글씨 약사여래삼존도(‘檜巖寺’銘 藥師如來三尊圖)」는 1565년(명종 20년) 중종 계비 문정왕후(文定王后, 1501~1565)가 아들인 명종(明宗)의 만수무강과 후손 탄생을 기원하며 만든 400점의 불화 가운데 하나로, 경기도 양주 회암사(檜巖寺)의 중창에 맞춰 조성된 것이다.

* 400점의 불화: 16세기 승려 보우(普雨)가 쓴 화기(畵記)에 의하면, 당시 석가ㆍ약사ㆍ미륵ㆍ아미타불의 부처‧보살을 소재로 금니화(金泥畵)와 채색화(彩色畵) 각 50점씩 모두 400여 점의 불화를 조성했다고 한다.

 

 

 

 

회암사의 대대적인 불화 조성을 추진한 문정왕후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왕실 여성이자 많은 불사(佛事)를 추진한 불교 후원자였다. 회암사는 문정왕후의 후원을 받은 승려 보우의 활동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왕실 절로 번창하다 이후 쇠퇴하여 19세기 초 폐사지가 되었고, 지금은 ‘회암사(檜巖寺)터’라는 이름으로 사적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불화는 가운데 본존인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왼쪽에 월광보살(月光菩薩), 오른쪽에 일광보살(日光菩薩)을 배치한 간략한 구도로, 금니(금물)로 그려 매우 화려하고 격조 있는 품위를 보여준다. 주존불과 보살 간에 엄격한 위계를 두어 고려불화의 전통을 따랐고 갸름한 신체와 작은 이목구비 등 조선 전기 왕실 발원 불화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 월광보살ㆍ일광보살: 약사여래불을 보좌하는 협시보살로, 달과 태양처럼 밝은 덕과 지혜를 갖추고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 월광보살의 경우 머리의 보관(寶冠)에 방아 찧는 토기가 표현되기도 하고, 일광보살의 경우 삼족오(三足烏)가 그려진 보관을 쓴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함

 

애초에 제작된 모두 400점의 불화는 대부분 흩어져 현재 미국과 일본 등지에 모두 6점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사여래삼존도’만이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는 조선 시대 최대 규모 왕실 불사 회암사에서 제작한 역사적, 불교사적으로 상징성이 높은 작품으로, 조선 전기 왕실불교 부흥에 영향을 끼친 왕실 여성들의 활동과 궁중화원이 제작한 불화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達聖寺 木造地藏菩薩三尊像)과 시왕상 일괄은 1565년(명종 20년) 향엄(香嚴) 등 5명의 조각승이 참여하여 조성한 작품으로, 지장삼존(地藏三尊), 시왕(十王), 판관(判官)과 사자(使者) 등 19구로 이루어진 대단위 불상군이다.

 

 

 

*향엄(香嚴, 16세기): 달성사 불상을 만든 수조각승(首彫刻僧)으로, 이 불상 외 1534년(중종 29) 제주 서산사 목조보살좌상을 조성한 이력이 있고 단정하고 우아한 형태미를 강조한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음

* 시왕(十王):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모시고 망자를 심판하는 일을 관장하는 10명의 왕

* 판관(判官): 시왕 앞에서 망자의 죄목이 적힌 두루마리를 읽은 저승의 신

* 사자(使者): 저승의 왕들이 파견하는 전령으로, 망자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저승세계 왕에게 전달함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된 불상조각 가운데 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이 모두 남아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서 역사적ㆍ조각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지장보살상의 경우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올린 반가(半跏) 자세를 취하고 있어 ‘강진 무위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의 지장보살상’(보물 제1312호), ‘봉화 청량사 목조지장보살상’(보물 제1666호)과 더불어 조선 전기의 보기 드문 형식으로 희소성과 조형적 가치가 뛰어나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卷三)》과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5(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卷五)》는 불교의 경전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가운데 각각 권3과 권5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불교 의식 중 하나인 참회법회(懺悔法會)를 통해 부처의 영험을 받으면 죄를 씻고 복을 누리게 되며, 나아가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발원(發願)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3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판본(版本) 가운데 하나로, 1352년(공민왕 1년)에 펴냈다는 보물 제875호의 말미에 있는 기록을 통해 권3 역시 이 시기에 인쇄하여 펴낸 것으로 판단된다.

 

권5는 1316년(충숙왕 3년) 처음 판각된 후 조선 초기에 인쇄하여 펴낸 판본으로 추정된다. 절첩장(折帖裝) 형식으로 고려 시대 유행한 장정(裝幀)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본문 전체에 걸쳐 조선 초기에 사용된 구결(口訣)이 표시되어 있어 당시 불교학ㆍ서지학ㆍ국어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절첩장(折帖裝) : 책종이를 이어붙이고 좌우를 똑같은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접어 병풍처럼 중첩하여 그 앞뒷면에 보호용 표지를 붙인 책 꾸밈 형태

*구결(口訣): 한문을 읽을 때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구절마다 표기한 토(吐)

 

문화재청은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등 4건에 대해 30일 동안의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ㆍ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