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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유지숙 명창의 북한 토속민요 사랑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
삼삼이 소리, 발 엮는 소리, 물 푸는 소리, 쇠스랑소리 등
북한 토속민요 재현과 복원 프로젝트 시연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통음악계에서 오래전부터 발굴해온 북한의 토속민요가 재현되어 무대에 오른다. 11월 9일 저녁 7시 30분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공연이다.

 

잊혀져 가는 북녘의 민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무대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공연은 2016년 12월 유지숙(1963~) 서도소리 명창의 주도로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두 번째 무대를 맞는 올해는 다시 새로운 북녘의 토속민요 30여곡이 준비되었다. 함경도의 <삼삼이 소리>, 평안북도의 <베틀소리>와 <발 엮는 소리>, 남포시의 <물 푸는 소리> 등 북녘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했던 노래들이 공연된다. 또한 <쇠스랑소리>, <보리쌀 쓿는 소리>, <도리깨 소리> 등 이제는 한반도 어디에서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던 노래도 만날 수 있다.

 

 

소박한 가락과 솔직한 가사에 담긴 노동요, 의례요, 유흥요 등 소개

 

서도소리가 묵직한 아름다움과 처연한 감수성을 지닌 높은 기량의 명창들을 위한 노래라면 북녘의 토속민요는 노동과 일상, 기쁨과 애환을 담고 있는 서민들의 노래다. 민요의 소박한 가락과 솔직한 가사가 친근하기도 하며, 다 같이 부르는 후렴에 담긴 힘찬 가락에 매료되기도 한다.

 

무대에 오르는 노래들의 특징도 다채롭다. 황해도 삼천군의 <아리랑 타령>은 마치 강원도 민요와 같은 가락이며, 황해도 해주의 <뱃고사>는 20세기 이후에 창작된 노래와 같은 구성을 보인다. 함경도 민요인 <말 박는 소리>, <닻 감는 소리>와 평안북도의 <새끼꼬는 소리> 등은 씩씩하면서 힘찬 노래이며, 황해도의 <시집살이 노래>는 서러움을 가득 담고 있다.

 

최경만 명인, 유지숙 명창, 향두계놀이보존회 회원들, 젊은 서도소리 예인들이 한자리에...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공연에는 유지숙 명창 외에 젊은 서도소리 예인들의 참여가 도드라진다. 장효선 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외에도 김유리, 류지선, 김무빈 등 최근 서도소리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젊은 여성명창들이 참여하며, 김지원 김태환 등 굵직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량의 남성 소리꾼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모두 향두계놀이보존회의 이수자 또는 전수자이자 유지숙 명창의 제자로 북녘 토속민요를 수년간 공연해왔다. <감내기>, <산타령>, <볏단 묶는 소리> 등의 노래들이 독창으로 무대에 오르며 <농부가>, <절구질소리>, <가래질소리> 등의 노래들은 젊은 소리꾼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무대를 채워갈 예정이다.

 

 

민속음악의 대부이자 큰 스승인 최경만 명인(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예능보유자)은 이 공연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악보로만 전해지는 북녘의 노래들은 최경만 명인의 감수로 완성되었다.

 

북한토속민요에 대한 학술논문 3편, 40여 곡의 녹음음원, 100여곡의 민요 악보 등도 소개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공연 말고도 다각적으로 북한 토속민요를 소개하는 연구가 완성될 예정이다. 김보희 동북아 음악연구소 부소장, 남북문화연구소 이현주 소장, 배인교 경인대학교 한국공연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등 북한의 음악정책과 토속민요에 대한 개괄적인 연구논문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단, 학술대회는 내년 가을로 계획 중이며 올해는 논문집으로만 발표할 예정임)

 

유지숙 명창과 제자들, 향두계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녹음한 40여곡의 북한 토속민요 음원도 소개된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노래들 외에도 김칠성, 오복녀 명창을 통해 유지숙 명창에게 전수된 <호무가>, <호무타령> 등도 음원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밖에도 무대에 오르고 녹음된 노래들을 포함하여 100여 곡의 북한 토속민요가 악보로 정리되어 출간될 예정이다.

 

무가와 토속민요, 연희까지 북녘 땅의 노래를 꾸준히 찾아온 유지숙 명창

 

이렇듯 다채로운 북한 토속민요에 대한 연구는 유지숙 명창의 꾸준한 노력의 성과다. 유지숙 명창은 향두계놀이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남북 어디에서도 불리지 않는 노래들을 찾아 음반에 담고 무대에 올리는 일을 이십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분단 이후 1971년에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서도소리는 난이도가 높아 배우고자 하는 제자들이 많지 않았다. 장금화 명창의 제자이며 평양출생으로 남한에서 서도소리를 계승한 오복녀(1913~2001) 명창의 제자들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유지숙 명창은 스승의 뜻을 받들어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의 전수조교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악장으로,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향두계놀이보존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7년 음반 <<유지숙의 서도소리>>에 빅터유성기 음반에 담겨 전해지던 월북한 김진명 서도소리 명창의 <야월선유가>를 재녹음, 수록한 것이 유지숙 명창의 북녘의 다양한 노래들을 되살리는 작업의 시작이었다. 2006년에는 <<유지숙의 북녘소리: 토리>> 음반을 준비하면서 <굼베타령>, <끔대타령>, <산천가>, <나물타령> 등을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노래했다. 2013년에는 북녘과 연변에서 불려진 아리랑을 모아 <<아리랑의 재발견: 구존동이>> 음반을 출시했다. <영천아리랑>, <백두산아리랑>, <단천아리랑> 등이 이 음반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그런 노력은 2015년 라디오 프랑스에서 출시한 음반 <<북한의 전통민요, Corée du Nord: chants traditionnels>>로 세계에도 알려진다. 잔칫집에서 불리던 흥겨운 즉흥선율이 푸짐한 <닐리리 타령>, 그물에 걸린 명태를 털면서 부르던 <고기 벗기는 소리>, 달구지 몰고 가며 부르던 소리인 <감내기>, 씨 뿌리며 부르던 <밟아 소리>, 전통 한증막에서 뜨거움을 참으며 부르던 <관음세기> 등 북한의 민요들이 전 세계의 주요 음반매장에 유통되었으며, 아이튠스나 아마존에서도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

 

이밖에도 유지숙 명창은 평안도의 민속놀이인 향두계놀이를 복원하여 무대에 올렸다. 평안도의 두레인 향두계에서 한 해 농사의 시작인 씨고르기부터 풍년을 거두는 것까지의 민속놀이로 전해지던 것을 되살린 것이다. 향두계놀이는 2011년에는 평안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고 2013년도 5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는 대통령상과 지도자상을 수상하며 전통연희로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향두계놀이보존회는 사단법인으로 발전하며 부산, 대전, 시흥 등에 지부가 만들어졌으며 다수의 이수자들을 배출했으며 전수 교육을 진행하는 등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향두계놀이보존회는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공연에서도 처음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명실상부한 북한 토속민요의 대표적 보존단체임을 알릴 예정이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 전석 무료, 공연 프로그램북 등 무료 증정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 공연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무료공연이다. 단 공연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문의전화에 사전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미취학 아동은 관람할 수 없다. 공연을 마친 후 검소하게 마련한 리셉션을 통해 관람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년 준비에 반영할 예정이다. (문의전화 010 9744 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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