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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일기로 엿보는 조선시대 일상과 역사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선시대 개인일기4-충청ㆍ강원ㆍ전라ㆍ경남》 펴내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충청, 강원, 전라, 경남 지역에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72건을 조사하고, 그 목록과 중요일기 27편의 해제(解題)와 시각 자료를 수록한 《조선시대 개인일기4 -충청ㆍ강원ㆍ전라ㆍ경남》을 펴냈다.

 

 

개인일기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문장과 필체로 당시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기록이 아니므로 대부분이 정형화되지 않은 필체로 쓴 필사본이다. 내용파악도 어렵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어서 그 소재 파악도 어렵지만 저자가 생활한 지역의 명소나 풍속, 만난 사람들과의 교유관계, 관인(官人)의 일상에 나타난 여러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적혀있어 조선시대의 소소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도 일기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에서 찾을 수 없는 사건이 《감재일기(感齋日記)》에는 자세히 기록된 예가 있다. 《감재일기》 1609년 1월 24일조에 이산해(李山海, 1539~1609)가 병이 들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직을 청하자 광해군이 내의원을 보내어 위문하고 사퇴요구를 반려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부분은 《광해군일기》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이산해의 문집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내용으로, 광해군이 이산해를 신임한 정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료라고 하겠다.

 

또, 《감재일기》 1609년 2월 16일조에는 기축옥사(己丑獄事)에 연루되어 죽은 이발(李潑, 1544~1589)을 양사(兩司, 사간헌ㆍ사간원)에서 함께 신원을 요청하고자 올린 계사(繫辭)가 수록되어 있는데, 《광해군일기》에는 그러한 사실만 수록되었을 뿐 계사가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감재일기》를 통해 광해군 시기의 역사가 일부 복원될 수 있다.

 

 

 

 

《조천일기(朝天日記)》는 현재 남아 있는 최응허(崔應虛, 1572~1636)의 유일한 저작으로 짐작되는 일기이면서, 광해군 말년 북경으로 향하는 해로사행(海路使行)이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한양에서부터 북경에 도착하여 안주로 되돌아올 때까지 9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자별로 날씨, 유숙한 장소, 해당 날짜의 활동이 담겨져 있다.

 

《시언(是言)》은 구례 지역 유씨 가문의 100년 동안의 일기로 흔히 ‘운조루일기’라고 불리는 일기 자료 가운데 5대 주인인 유제양(柳濟陽, 1846~1922)의 개인일기이다. 유제양은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 힘쓰는 구례 지역의 지주였다. 《시언》은 이런 그의 시각으로 당시의 상황 등을 기록하였다. 7살이 되어 서당을 다니기 시작한 일, 12세가 되어 《사기(史記)》를 읽은 일 등의 기록을 통해 당시 향촌 양반가의 교육 상황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물건 값이나 인부들의 노임 등의 내용은 농업 경제사 복원에 참고가 될 것이다.

 

《경양일기(鏡陽日記)》에는 강릉을 기반으로 한 사족(士族) 김연학의 일상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새해 첫날의 세배와 성묘, 자녀의 출산과 죽음, 모친의 병구완, 가까운 친족의 장례와 제례, 인편으로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 직접 대면한 사람들을 통한 교유관계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강릉과 인근지역의 다양한 지명이 등장하고 있어 지명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년간 전국에 현존해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현황파악을 위해 지역별, 소장처별 목록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조선시대 개인일기1-대구‧경북》(2015), 《조선시대 개인일기2–인천‧경기》(2016), 《조선시대 개인일기3–서울》(2017)로 펴냈다.

 

이번에 펴낸 책자는 국공립 도서관과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 나눠줄 예정이며 원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www.neich.go.kr,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