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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7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신장상과 보살상의 조합은 독특한 사례
없어진 하대석 부분, 같은 산지의 돌로 복원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고향을 떠난 지 77년 만에 돌아온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전시를 위한 공사를 시작한다고 11월 5일(월) 밝혔다.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뒤 조선시대까지 절과 함께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둔철산 자락에 우뚝 서 있었다.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절이 없어지고, 석탑은 허물어져 있던 것을 1941년 일본인 골동품상이 매수하여 산청을 떠나게 되었다. 석탑은 대구에 있던 공장 공터에 해체되어 보관되어 있었는데,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1942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1946년 5월 27일 미군 공병대의 도움을 받아 경복궁 안에 세워졌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해체되어 23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왔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석조문화재가 수장고 안에 보관되어 관람이 어려운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석탑의 진주 이관을 요청하였고, 2017년 2월 국립중앙박물관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국립진주박물관 이전ㆍ전시를 결정하였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석탑의 전시에 앞서 역사ㆍ미술사와 과학 조사 등 다각적 종합연구를 실시하였다.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을 계승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경남지역 석탑으로는 유일하게 탑 외면에 돋을새김(부조상)이 새겨져 있다. 석탑 상층 기단에는 8구의 신장상, 1층 탑신에는 4구의 보살상이 정교한 수법으로 새겨져 있어, 당시 매우 정성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장상과 보살상의 조합은 독특한 사례로 통일신라 후기 석탑 양식 연구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당시 뛰어난 조각기술과 경남지역 불교미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국보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석탑의 암질에 대한 분석도 실시하였는데, 분석 결과 섬장암으로 밝혀졌다. 섬장암은 국내에 지질 분포가 적어 석탑 부재로서의 사용은 희귀하다. 그러나 산청군 범학리 일대 지질과 산지 조사에서 섬장암이 넓게 분포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석탑 부재와의 동질성 분석에서도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9세기 무렵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주변 석재를 이용하여 현지에서 만들어 졌다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석탑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석탑 부재중 하대석 이하 일부분이 없어져 신부재가 필요했다. 보통 신부재의 경우 타 지역 채석장의 돌을 구해 복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립진주박물관은 범학리와 근접한 산청군 정곡리에 폐 채석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 석탑 부재와 동일한 섬장암 광산임이 밝혀졌다. 이후 국립진주박물관은 산청군청(군수 이재근)의 적극적인 협조로 복원 부재를 입수 하였다. 복원 재료를 원 석탑 부재와 동일한 산지의 돌로 복원한 사례는 국내에서 극히 드문 경우로 석탑은 77년 만에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찾게 될 예정이다.

 

5일부터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고, 국립진주박물관의 상설전시실 개편 공사가 끝나는 11월 30일 부터 복원된 석탑을 관람할 수 있다.

 

한편, 국립진주박물관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전시 공사가 끝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연구 결과를 종합한 학술조사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진주 이전과 전시로 지역을 대표하는 국보 석탑이 77년 만에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내 다른 석탑의 일반적인 복원과 달리 석탑의 석재와 동일한 지역 석재를 찾고 이를 이용하여 복원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석탑 복원사업 보다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