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어려운 카오스 그림,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며 그린다

“다차원 속으로 /우창훈, 6주간의 Live Painying Show” 특별기획초대전
유치원 어린 아이들, ‘우주 그렸네요’ 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카오스, 뭔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카오스(Chaos)” 곧 “혼돈이론(混沌理論)”이란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물리학 용어로 “무질서하게 보이는 현상 혹은 예측 불가능한 현상도 배후에는 모종의 정연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이 카오스가 미술에 등장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팔레드서울> 화랑에서 열린 “다차원 속으로 /우창훈, 6주간의 Live Painying Show”이란 제목의 우창훈 화백 특별기획초대전에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려 가로 10m, 세로 2.1m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유화다. 우선 쓰윽 훑어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그림이 전시장에 걸릴 수 있었을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림 속에는 온갖 기하학적 도형이 난무하고 있었다. 잠시 내 머리 속이 혼돈스러웠다. 그런데 혼돈이 카오스였던가? 그것도 순간 그 그림의 끝을 보면서 내 마음 속에는 이 그림 속에는 정말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고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한다. 작가 우창훈 화백은 말했다. 처음 이 그림을 그릴 때 무려 6달이나 걸렸다. 하지만 마치 미친 듯이 그리곤 했더니 이젠 한 달 만에 그려낸다고 말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그림, 이 그림을 그린 수수께끼 같은 작가 우창훈이 궁금해졌다. 잠시 대담을 해보기로 한다. 작가는 흔쾌히 응한다.

 

- 어떻게 이런 ‘카오스 이론’에 관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나?

 

“1974년 4차원 기하학에 대한 아주 작은 책을 우연히 운명처럼 접했는데 그 책에는 “위상곡선 연구”가 들어있었다. 그때서부터 양자물리학 세계에 입문하고, 그 뒤 현대 물리학자들의 이론과 철학을 공부하고 극미세계를 보면서 근본에 대한 탐구를 좋아하게 됐다. 이후 물리학세계가 좋아서 그에 관한 그림을 골방에서 외롭게 그려왔다. 그런데 최근에 밖으로 나와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하니 더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되고 정말 행복하다. 그림도 혼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그리는 것이란 걸 새삼 느꼈다. 이제 드디어 해탈하는 것인가?(웃음)“

 

- 도대체 철학자나 물리학자인가 아니면 화가인가?

 

“물론 철학자나 물리학자도 아니고 철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해서 방법론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을 할뿐이다. 철학과 물리학을 흡수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것이 삶이 된 것이다.”

 

 

 

- 물리학과 그림을 한꺼번에 섭렵하려면 선생님 그림을 보면 되겠다.

 

“(웃음) 요즘은 관람객들이 와서 어필을 많이 한다. 6~7년 전만 해도 이런 그림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도대체 무슨 그림이 이런 게 있어’ 하면서 그냥 가버립니다. 그래서 ‘이제 내 그림은 끝났다 보다’ 하면서 체념할 뻔 했는데 요즈음은 손 안에 다 컴퓨터가 있어서 즉석에서 금방 찾아보고는 ‘아하 양자물리학이 뭐고 후렉탈이란 게 이것이구나. 하면서 금방 이해하고 소통합니다. 천만다행이지요.”

 

- 대학에서도 철학과 물리학이 죽어가고 있는데 선생님이 그림으로라도 이렇게 붙들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제자가 없습니다.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그런지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제자를 맘먹고 키우고 싶습니다. 다행이 요즘은 많이 알려져서 다행입니다. 제자육성과 그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림이란 혼자서는 그릴 수 없는 것이니까요.”

 

 

 

- 사실 이렇게 어려운 그림도 느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여기 전시장에는 특이하게도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4번이나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자마자 ‘우주 그렸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답은 뜻밖에도 어린 아이들한테서 나왔습니다.”

 

뜻밖에 얻은 귀한 대담이었다. 기자도 작가도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대담이었지만 결과는 그래도 귀한 것을 얻었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 대담에 함께 한 일본서 온 일본조선족예술단 김경자 단장은 “엄청난 필력을 지닌 작가라고 생각되는데도 참으로 깊이 있지만 겸손한 대담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잠깐의 시간에도 철학의 끝자락이라도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경복궁의 단풍이 불타는 어느 깊은 가을날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