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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도당굿, 삼각산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32] 삼각산 도당 2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삼각산 도당굿은 해마다 음력 3월 초하루부터 초열흘 사이에 좋은 날 하루를 골라 연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매년 음력 삼월 제비 오는 삼짇날(3월 3일)로 고정하였다. 과거의 당굿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석하였을 정도로 굿판이 북적거렸고, 아이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부모님을 따라 나왔다.

 

인근의 마을 사람들도 참관하여 장관을 이루어서 아침에 시작한 당굿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었다. 참여자들도 많고 밤새도록 무감 서기(굿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무당이 입던 신복을 입히고 신굿을 추게 하는 것)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참여자가 옛날과 같지 않고 당굿도 밤늦게까지 하더라도 당일로 끝내고 만다.

 

 

삼각산 도당굿에서는 도하주, 이하주, 삼하주 등의 제관 그리고 제관을 보좌하는 소임을 뽑는다. 당굿 당일 날 도당신 앞에서 뽑아 두었다가 다음 해의 당굿에서 역할 하게 한다. 은행알에 하주 또는 소임이 될만한 후보자 이름을 써서 조롱박 속에 넣고 흔들어서 제일 먼저 나오는 은행알의 주인공이 도하주가 된다. 도하주를 상하주라고도 한다.

 

이하주는 중하주, 삼하주는 소하주가 된다. 두 번째 은행알 주인공은 이하주가 되고 세 번째 은행알 주인공은 삼하주가 된다. 마지막에 나오는 은행알 주인공은 소임을 맡는다. 하주나 소임은 남녀 구분 없이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자격이 주어진다. 과거에는 서로 하주나 소임이 되는 것을 바랐지만, 요즈음은 반대로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하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하주도 벼슬이라고 하는 말이 오간다.

 

 

하주로 선정되기 위해선 한 해 전부터 초상집을 가지 않아야 하고, 뽑힌 뒤에는 도당굿이 열리기 전까지 초상집을 가지 않아야 한다. 남자가 하주로 뽑혔다면 그의 부인도 하주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금기를 지켜야 한다. 물론 하주가 여자로 뽑혔을 때도 그의 남편 역시 하주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 또한, 하주로 선정된 사람은 제물 차리는 전날 밤 내외가 한방에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한 금기이다.

 

하주와 소임뿐만 아니라 당굿 날이 잡히면 마을들도 금기를 지켜야 했다. 대동 날을 받아 두면 애 낳는 사람은 마을 밖으로 나가서 애를 낳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동 날이 잡히면 마을에서 밖으로 나간 사람이 들어오기는 하여도 외부로부터 마을로 들어온 사람은 나가지 못하였다.

 

도당굿에 드는 경비는 그 해 인건비와 물가에 따라 책정된다. 근래에는 마을 사람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다행히도 2010년 삼각산 도당굿이 서울특별시 지정의 무형문화재가 되면서 상황이 조금 호전되기는 하였다. 때에 따라서는 구청에서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1997년의 경우, 도당굿에 든 비용은 대략 7~8백만 원 정도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도당굿에 드는 비용 모두는 전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성의껏 추렴하여 조달하였다. 한 집 당 대략 3만 원, 5만 원 또는 10만 원 정도씩을 성의껏 자유롭게 낸다. 인근 도선사에서도 협조한다. 우연이 굿판에 참가한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때에 따라선 성의껏 기부한다.

 

그래도 금액이 부족할 경우, 동네 유지들이 기부하여 맞춘다. 추렴 된 금액은 기부자의 이름과 함께 한지에다 써서 굿판이 시작되면 한쪽 벽에 붙여 놓는다. 이 일은 북한산도당제보존회 총무가 맡아 한다. 도당굿 도중에 무당들이 벌어들인 별비는 무당들이 나눠 가지기 때문에 도당굿의 경비와는 무관하다.

 

과거의 당굿은 마을의 각 집에서 한 상씩 차려 온 제상을 굿당 앞에 진설하여 놓고 당에서는 당상만 장만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당에서 모든 준비를 하여 굿을 한다. 당굿의 제상은 두 곳에 차린다. 도당신에게 진설하는 도당상과 불사신(도당신을 뺀 나머지 모든 신)에게 올리는 불사상이 그것이다. 도당상에는 열두 반기라 하여 12개의 접시 각각에 똑같이 팥 시루떡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과일들을 올린 다음 삼각산에서 나는 진달래꽃을 꽂는다. 술은 석 잔을 올린다.

 

불사상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방망이떡(요즈음은 가래떡으로 대체함)을 6조각씩 양쪽으로 올리고 불사떡(백설기)도 양쪽으로 올린다. 그리고 대감시루, 과일, 화전, 기타의 제물을 진설한다. 돼지는 한 마리만 잡는다. 근래에는 돼지머리만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냥거리할 때 쓸 수탉을 준비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게 되면 소머리를 준비하기도 하는데 이는 제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굿판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 사용된다.

 

 

조라술도 담근다. 조라술은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가 잡수는 술이다. 굿하기 전, 굿당 밑에다 웅덩이를 파고 항아리에 막걸리를 담아 묻어 둔다. 도당굿을 할 때 꺼내어 술이 보글보글 끓었으면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가 잘 잡수었다고 믿는다.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가 조라술을 잘 잡수었으면 그해는 좋은 해가 되고 마을 사람들이 만사형통한다고 믿는다.

 

삼각산 도당굿에는 원래 돼지 고지를 사용하였다. 1997년부터 삼각산 도당굿에서 대금 악사로 활동해 온 한상기(1939년생) 당주 악사가 옛 어른들에게 들은 말에 의하면, 삼각산 당제를 지내기 위해 닭을 잡으려고 하니까 닭이 말하기를 “시간도 알려주고 알도 낳아 주는데 왜 나를 잡으려고 하느냐?”고 해서 잡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소를 잡으려고 소 외양간을 갔다. 소가 하는 말이 “죽도록 일해 주니까 날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하였다. 그래 소도 못 잡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돼지를 잡으려고 돼지우리에 갔다. 돼지가 하는 말이 “나는 날마다 먹고 잠만 자고 하는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요. 하면서 나를 잡아가시오.” 하여 그때부터 돼지를 잡아서 제물로 썼다고 한다. 도당굿 제물은 당굿이 끝나면 떡과 과일 그리고 술을 집마다 조금씩 돌린다. 이것을 ‘반기한다’라고 한다. 도당굿 추렴에 동참한 집은 빠지지 않고 반기하는 전통이 오래되었다.

 

삶의 터전을 삼각산 도당 주변에 자리 잡은 이곳 마을 사람들은 삼각산을 믿고 살아간다. 도당신이 마을민을 수호해 주기 때문에 세대가 바뀌어도 산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야만 만사가 잘 풀리고 하는 일도 탈 없이 잘 된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돌림병이나 마을 사람들의 병도 물리쳐 준다고도 믿는다.

 

6.25 전쟁 때 이곳 출신의 많은 장정이 전쟁에 참여하였지만 단 한 명도 전사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결코 삼각산 도당신을 잘 모시고 위하였기에 행운을 받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도당굿을 통해 서로 우의를 다지고 대동단결을 모색한다. 아직도 이곳에는 토박이들이 꽤 거주하고 있어서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함에도, 세대가 바뀌고 기독교인들이 늘어나면서 당굿은 쇠퇴해가는 현실 속에 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토박이들이 애석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