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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시ㆍ그림ㆍ글씨를 하나로, 추사 '불이선란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5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孫昌根) 선생으로부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 ~ 1856)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기증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그림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또는 “부작란도(不作蘭圖)”라고 부르는데 그림 윗부분과 왼쪽 부분에 쓴 김정희의 제시(題詩)에 따른 것입니다.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고, 크기는 세로 54.9㎝, 가로 30.6㎝인데 김정희의 묵란도(墨蘭圖, 난초를 그린 먹그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지요.

 

 

또 그림 왼쪽에 쓴 제시를 보면 “처음에는 달준(達俊)을 위하여 거침없이 붓을 놀려 그렸다. 단지 하나는 있을 수 있으나 둘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오소산(吳小山)이 보고는 이를 빼앗듯이 가져가니 우습다.”라고 썼습니다. 이를 보면 추사는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벗들은 이런 그림을 빼앗듯이 가져갈 정도로 좋아했음을 알 수 있지요.

 

제시 가운데는 “초서(草書)와 예서(隷書)의 이상한 글씨체로 난을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를 이해하고 어찌 이를 좋아할 수 있으랴.”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추사체 글씨를 언뜻 보아 괴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추사 스스로 이를 인정하는 듯도 합니다. 특히 이 그림에서 난초는 담묵(淡墨, 진하지 않은 먹물)으로 그려 곧 시들어 버릴 것처럼 보이지요. 더구나 여백이란 여백은 짙은 먹 글씨들로 꽉 채워 난초는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유불선(儒佛仙)을 넘나들며 시와 글씨와 그림을 하나 되게 하였고, 그림의 지평을 글씨로까지 제대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