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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3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3- 그림꼴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22~2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2쪽 첫째 줄에 ‘그림꼴’이 있습니다. ‘도형’이라는 말이 익은 분들에게 많이 낯선 말이지만 옛배움책에서는 이렇게 썼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온 김에 ‘그림꼴’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요즘 배움책에도 1학년에서는 그림꼴 이름으로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씁니다. 그런데 2학년 올라가면 바로 ‘도형’이라는 말이 나오고 ‘삼각형’, ‘사각형’, ‘원’이 나옵니다. 1학년 때 배운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왜 ‘삼각형’, ‘사각형’, ‘원’이 되는지 까닭도 말해주지 않고 그냥 ‘약속하기’라는 말과 함께 바로 알려줍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그림꼴 이름을 외울 수밖에 없습니다.

 

옛배움책처럼 ‘그림꼴’이라는 말로 비롯하여 그림꼴 이름을 토박이말로 가르치고 배우면 따로 외우지 않아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학년 아이들도 잘 아는 ‘세모’, ‘네모’는 우리가 살면서 자주 쓰는 ‘모서리’, ‘모퉁이’이라는 말에 있는 ‘모’라는 것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모’가 셋 있으면 ‘세모’, 모가 넷이면 ‘네모’, 모가 다섯이면 ‘다섯모’가 됩니다. 거기에 ‘꼴’을 붙이면‘ ’세모꼴‘, ’네모꼴‘, 다섯모꼴’이 되겠지요.

 

요즘 배움책에서 여러 가지 ‘사각형’ 이름으로 직사각형, 정사각형, 마름모, 사다리꼴, 평행사변형을 쓰고 있는데 ‘마름모’를 ‘능형(菱形)’, 사다리꼴을 ‘제형(梯形)’이라고 하지 않은 까닭은 묻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1학년때 배우는 ‘세모’, ‘네모’와 옛배움책에서 썼던 ‘그림꼴’을 잘 살리면 여러 가지 네모꼴 이름도 ‘곧은 네모(꼴), ’바른 네모(꼴)‘, ’마름모(꼴)‘, ’사다리꼴‘, ’나란히꼴‘과 같이 짜임새 있게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23쪽에 나오는 ‘눈짐작’이라는 말도 ‘눈어림’, ‘눈대중’이라는 토박이말을 썼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어른들한테 익은 말이 아닌 아이들한테 쉬운 말을 배움책에서 쓰는 것이 아이들 짐을 들어 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할 겨를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마음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쉬운 말로 된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4351해 들겨울달 스무여드레 삿날(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