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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무계원,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로 몽유도원 되어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4” 그 세 번째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이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나고

이십리 못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리 못가서 되돌아오누나“

 

무대에서 서도소리 “사설난봉가”의 해학적 사설이 맛깔스럽게 들린다. 점잖게 소리를 듣던 청중들이 드디어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어쩌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어제 저녁 4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 안채에선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4” 그 세 번째 공연이 열렸고,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과 그 제자들이 서도소리로 청중들을 휘어잡았다.

 

 

 

 

이날 공연은 사설난봉가, 병신난봉가, 긴난봉가 등 난봉가류 말고도 유지숙 명창의 제자인 박지현, 김초아의 ‘초한가’와 류지선, 김무빈의 ‘영변가, 그리고 유지숙 명창이 직접 부른 ’제전‘ 등 좌창이 청중들을 흔들어 놓았다. 유지숙 명창이야 워낙 소리 잘하는 명창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제자들의 소리만으로도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모든 공연이 끝났는데도 청중들은 유지숙 명창을 놓아주지 않았다. 연신 제창을 외치는 청중들의 압력에 목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유 명창은 결국 두 곡을 더 부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토속소리 공연에서 처음 불렀다는, 사설만 있고 음원이 없어 새로 창작하듯 했다는 ‘뱃고사’를 불러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서도소리’, 1세대 명창들이 모두 세상을 떴고, 2세대 명창들이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판소리나 경기소리에 견줘 열악한 상황에서 꿋꿋하게 소리를 전하고 있는 유지숙 명창과 그 제자들에게 청중들은 아낌없는 손뼉으로 격려를 해주었다. 이날 역시 맛깔스러운 해설로 공연장 분위기를 띄워놓은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고도 남을 유지숙 명창이 아직 전수교육조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우리의 문화재 정책에 큰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며 일갈했다.

 

그리고 서한범 회장의 해설은 사설 하나하나 쉽게 풀어가며 공연자와 대화하고 청중의 호응을 끌어내며 청중들이 공연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따라서 청중들은 다른 공연에 견줘 확실히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문래동에서 공연을 보러왔다는 곽진서(72) 씨는 “서도소리가 좋다기에 와봤는데 그동안 익숙하게 듣던 남도나 경기민요와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젊은 친구들의 초한가나 영변가도 좋았지만 유지숙 명창의 제전은 내 가슴을 숙연하게 했다. 그리고 사설난봉가는 어찌 그렇게 짙은 해학이 담겨 있는지 기가 막혔다. 이제 앞으로는 내가 서도소리의 전도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꿈을 꾼 도원과 비슷해 안견에게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하고 정자를 지어 시를 읊으며 활을 쏘았다고 전해지는 서울 부암동 무계원, 어제 8일 서도소리의 아름다움은 청중들로 하여금 무계원을 몽유도원으로 꿈꾸게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