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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십우도(十牛圖)와 퀸(Queen) 보헤미안 광시곡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18]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절집 구경을 다니다 보면 바깥벽에 십우도(十牛圖)를 그려 넣은 절을 자주 볼 수 있다. 견성(見性)의 과정을 열 단계로 나누어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그 열 폭의 그림이 지닌 뜻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 동자승이 소를 찾아 집을 나선다. 소의 어지러운 발자국을 쫒아 가다가 소를 발견하고 코뚜레를 꿰어 길을 들인 뒤 소잔등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동자승은 소도 잊고 자신도 잊는 공(空)의 세계를 깨닫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동자승은 어느새 고승이 되어 중생구제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간다는 게 십우도의 줄거리이다. 여기서 소는 인간본성의 상징이다.

 

불가에서는 인간 모두가 부처의 본성을 타고 났다고 본다. 하지만 중생들은 그걸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것을 자각하고 본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것을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라 하고 줄여서 ‘보리심’ 또는 ‘발심’이라 한다.

 

십우도의 철학적 사상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궤(軌)를 같이한다. 인간은 본디 착하게 태어났으나 살다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악해 진다는 이론이다. 서양철학의 스토아학파와 그 후예인 키케로, 세네카, 루소 같은 철학자와 프뢰벨 같은 교육학자들이 그 범주에 속한다.

 

그와 반대되는 개념(槪念)이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로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이니 교육과 계도를 통해 순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독교의 원죄설과 맞닿아 있으며, 정치 사상가 마키아벨리, 철학자 쇼펜하우어, 토머스 홉스 등이 동조자들이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살다 갔고, 살고 있고 또한 살아갈 것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나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살아갈 사람들이나 누구나 한 번 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考察)이 있었을 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하여 필자 역시 많은 생각을 해 왔으며 그동안은 성악설을 지지하는 쪽이었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 불완전함이 눈에 들어와 요즘은 철회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 그 양설(兩設)은 과학에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에 흠결이 없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외국의 한 대학에서 흥미로운 연구논문을 발표하여 관심을 끈다. 해야 할 일을 버릇처럼 뒤로 미루는 사람은 그것이 잘못된 습관이나 정신과 질환이 아니라 뇌 구조 탓이라는 것이다.

 

이 “뇌 구조론”을 확대해보면 성선, 성악설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착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착하게 살다 못되게 변하는 사람도 악하다가 착해지는 사람도 모두 뇌가 그렇게 생겨 먹어서 그렇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 확대된 추론은 가십을 좋아하는 필자의 궤변일 뿐 인간이 어디 그렇게 간단히 재단될 수 있는 존재이던가.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인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필자는 영화의 음악적 요소나 작품성 보다는, 독특하기에 평범할 수 없었고 평범할 수 없기에 독특한 삶을 택했던 주인공의 삶에 눈길이 갔다.

 

자아가 성숙되기 이전에 찾아온 부와 명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대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한다. 마치 파멸이 쳐 놓은 덫에 걸리듯 방종과 방탕의 늪으로 걸어 들어간다. 욕망과 쾌락이 어디 끝이 있던가!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타는 바닷물 같은 것이다.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고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마시다가 결국 허망하게 가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나락의 끝자락에서 자기성찰을 이루어낸다. 쾌락을 지우고 욕망을 지우고 오만함을 지워 마침내 노래만 남았을 때, 그는 거기서 자신의 참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주변 인물들에게 자신의 과오를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 뒤 평온하게 먼 길을 떠났다. “뇌 구조론”에서 본다면 그의 뇌는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 잡게끔 설계되어 있던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록 그룹 퀸의 네 번째 작품집인 “오페라의 밤(A night at opera)"에 수록되어, 평단으로부터 ”록 뮤직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아카펠라로 시작하여 발라드, 오페라로 이어지는 부채꼴의 전개는 하드 록에서 절정을 맞는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교향악단의 연주가 들리는 듯 착각에 빠진다.

 

발라드 부분에서 연주되는 프레디 머큐리의 피아노에서 이미 그의 오페라에 대한 동경을 읽을 수 있으며,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와 로저 테일러의 드럼은 격정적이면서도 노래가 돋보이게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역할은 멈추었던 청중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었다.

 

프레디 머큐리가 작사, 작곡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각기 다른 여섯 곡을 한데 묶었는데도 절묘한 연결성으로 인해 흐름이 물결 같다. 파격적 내용의 가사를 살펴보면, 먼저 아버지의 엄격함에 대한 반항이 읽혀지며, 양성애자인 자신의 성 정체성, 성 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그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열망이 은유되어 있다.

 

특수한 구강구조로 인한 빼어난 가사 전달력과 탁월한 가창력, 정확한 음정. 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이미지들이다. 모두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와 연관 지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세 사람의 능력도 프레디 머큐리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행복하게도 그런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Bohemian Rhapsody(자유주의자의 노래)

 

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산사태 속에 묻힌 것처럼

현실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네

 

난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지

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

그냥 쉽게 왔다가 쉽게 가 버리는 아이지

고상하지도 않고 비천하지도 않으니까

 

시련이 닥쳐와도 내게 문제될 건 없어 내게는

어머니 난 지금 사람을 죽였어요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그는 죽었어요

 

내 삶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은데

나 스스로 삶을 팽개쳐 버렸어요

어머니를 울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꿋꿋이 살아가세요 (뒤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