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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은입사 기법으로 물가의 풍경을 그린 정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7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가운데는 제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무늬정병”이 있습니다. 정병(淨甁)이란 원래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을 할 때 밥그릇이나 옷과 함께 메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러나 차츰 이 물병이 부처님 앞에 깨끗한 물을 바치는 공양구(供養具)로서 그 쓰임의 폭을 넓혀갔습니다. 또 병에 들어 있는 감로수(甘露水)를 통해 모든 중생들의 목마름과 고통을 덜어준다고 하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정병은 바로 이러한 자비의 상징물이기도 했지요.

 

 

정병의 재료는 주로 청동과 도자기인데 특히 불교를 숭상한 고려시대에는 향로와 함께 중요한 불교 공양구의 하나로 많은 정병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려시대 정병은 달걀형의 몸체와 매끈하게 빠진 긴 목 위로 뚜껑 형태의 둥근 테가 있고, 그 위로 다시 대롱처럼 길게 솟아 있으며 몸체의 한쪽에는 중간을 잘록하게 좁힌 비녀 모양의 부리(귀때)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긴 대롱 꼭대기로는 물을 넣는 주입구(注入口)며 부리로 물을 따르도록 되어있지요.

 

고려시대 정병을 보면 몸에 무늬를 새기고, 여기에 얇게 꼬은 은실을 박아 넣는 은입사(銀入絲) 기법으로 한가로운 물가의 풍경이나 구름과 용ㆍ학ㆍ고사리무늬 따위로 아름답게 꾸민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무늬정병”은 고려 정병 가운데 그 모습이나 무늬가 가장 뛰어난 것은 물론 물가 풍경을 묘사한 은입사 무늬가 전면에 덮인 푸른 녹과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