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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부채표 활명수’와 민강 사장의 독립운동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06]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 지식재산 대전’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소화시킬 겸 들어가 보았지요. 저는 ‘대한민국 지식재산 대전’이라 하여 국내의 지식재산에 대한 전시회인 줄 알았더니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참가하였더군요. 관람객 중에는 미래의 지식재산 강국을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이끌면서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도 있네요.

 

 

다양한 전시물 중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동화제약의 ‘부채표 활명수’입니다. 한국 사람치고 부채표 활명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소화가 안 되고 체하거나 과식했을 때 먹는 약’정도로만 알지 활명수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는 모를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번 전시물을 통해서 활명수에 대해 이모저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활명수는 폐지된 선전관청의 선전관 출신인 민병호가 1897년 궁중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개발한 최초의 국산약으로 당시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급체와 토사곽란만으로도 목숨을 잃던 시대에 만병통치약과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약 이름도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고 하여 ‘활명수(活命水)’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활명수는 1910년 일제 통감부 특허국에 첫 상표로 등록되었습니다. 아마 조선이 지적 재산권에 눈을 떴다면 한일합방 이전이라도 상표 등록을 하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약이다보니 4가지의 기네스북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곧 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회사, ②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 ③ 국내 첫 등록상표(부채표), ④ 국내 첫 등록상품(활명수)입니다.

 

 

 

그런데 왜 부채로 상표 등록을 하였을까요? 시전(詩傳)에 나오는 ‘紙竹相合 生氣淸風’(지죽상합 생기청풍,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하여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종이와 대나무살이 합해진 부채를 상표로 한 것이네요. 그리고 회사 이름 동화(同和)는 주역에 나오는 ‘二人同心 基利斷金(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자를 수 있다)’의 ‘동(同)’과 ‘時和年豊 國泰民安(시절이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면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편안해진다)’의 ‘화(和)’를 합하여 ‘동화’라고 한 것이구요.

 

이것만 하여도 대단한데, 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아버지 민병호와 함께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을 창업한 민강 사장의 독립 활동입니다. 민 사장은 당시 날개 돋치듯 팔린 활명수의 판매대금을 독립자금으로 썼습니다. 민 사장은 상해 임시정부가 발족되자 임시정부의 비밀기관인 서울연통부의 행정 책임자를 맡아 동화약방 사무실을 서울연통부로 제공하였습니다.

 

 

아울러 활명수 판매대금을 독립자금으로 제공한 것이고요. 민 사장은 이밖에도 1909년경 대동청년단을 조직하여 국권회복운동을 펼쳤고, 3.1만세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동단 단원으로 의친왕 이강 공 망명계획을 추진하다가 들켜 1년6개월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출옥 뒤에는 상해로 건거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다시 체포되어 본국으로 소환되어 옥고를 치뤘고,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1931년 순국하였습니다.

 

유한양행을 창립한 유일한 사장도 독립운동을 하였는데, 동화약품의 민강 사장도 그렇군요. 그 동안 저도 부채표 활명수 많이도 마셨는데, 그 사장인 민강 선생이 독립운동으로 목숨까지 잃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전시물을 보니 2호선 충정로역 근처 동화약품 창업지에는 서울연통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고 하네요. 언제 서울연통부 기념비를 찾아 민강 선생에게 사죄의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