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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20대의 개량양금과 함께 한 겨울밤의 환상

‘한국양금앙상블’ 제1회 정기연주회 서울 JCC 아트센터서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12월 15일 저녁 6시 서울 혜화동 JCC 아트센터에서는 윤은화 외 20인의 ‘한국양금앙상블’ 제1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날 사회를 본 국악인 정준태의 말처럼 많은 이에게 생소할 양금은 적어도 이 공연장에서 만큼은 청중들을 환상 속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양금은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에서 들어온 악기다. 그런데 분명 현악기건만 손으로 튕기거나 활로 문지르는 것이 아니고 채로 쳐서 소리는 내는 것이어서 타악기로 분류된다. 또 정확한 음정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음높이를 표현할 수 있어서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라고도 한다.

 

박지원(朴趾源)의 《연암집(燕巖集)》, 이규경(李圭景)의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 등 문헌에도 등장하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양금악보 30여종이 현재까지 전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예전엔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 양금은 지금은 그 이름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한동안 잊혀있던 악기다. 이를 다시 대중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윤은화 대표는 ‘한국양금앙살블’을 꾸리고 그 첫 번째 연주회를 연 것이다.

 

첫 연주는 악기 구성에 양금이 공식 등장하는 곡으로 계면가락도들이ㆍ양청도들이ㆍ우조가락도들이 3곡을 묶은 ‘천년만세(千年萬歲)’다. 신유경, 이나경, 손은주의 14줄 전통양금과 이유진의 장구, 박선미의 거문고, 이정원의 가야금이 어우러진 연주다. 기존의 다른 연주들에 견줘 양금이 3대가 편성된 연주는 훨씬 풍부하고 격조 있는 음악이 된다.

 

 

 

 

 

연주들 가운데 특히 눈이 띄는 것은 조선 중기 시인 임제가 평양 기생 한우를 찾아가서 불렀다는 ‘북천이 맑다커늘’이다. 윤은화 대표가 새롭게 구성, 편곡한 곡으로 이현정ㆍ이인지의 영롱하고 맑은 양금 연주에 우희자 가객의 청아한 정가가 잘 어울린 훌륭한 연주다. 정가에 양금 반주가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번 연주회의 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끝 부분에 연주한 20여 대의 43현 개량양금이 함께 어우러진 윤은화 작곡의 ‘환상의 섬’과 ‘실트로드’ 양금대합주다. ‘환상의 섬’은 드넓은 바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섬의 숲속에서 들리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한 곡이란 설명이 전단엔 달려 있다.

 

앞의 연주들이 윤은화가 창작한 음악들로 전통적인 느낌을 주어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은 데 반해 이 음악은 20대의 개량양금이 토해내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선율이 청중들을 환상적 어울림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또한 윤은화 대표와 단원들의 연주를 즐기는 듯한 몸짓과 표정은 청중들을 음악과 하나 되게 이끌어준다. 오로지 양금으로만 합주를 했는데도 국악관현악 연주를 방불케 하는 대단한 연주가 되었다.

 

 

 

 

이번 연주에 주인공이 된 43현 개량양금은 윤은화 대표가 만들어 2011년에 특허를 받아 현재는 여러 국공립 국악관현악단과 대학교의 국악과에서 사용되고 있고, 또한 중국에도 역수출 되고 있다. 윤은화 대표는 현재의 악기개량에 멈추지 않고 어린이 양금, 대양금, 전자양금 등의 다양한 형태와 스타일로 만들어 연주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또한 윤은화 대표는 2014년 한국최초로 세계양금협회에 초청되어 연주함으로써 나라의 위상을 높였으며, 지난 12월 11일 ‘디아스포라아리랑 2018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의 총예술감독으로 아리랑제 전곡을 작곡ㆍ편곡하여 아리랑제에 함께한 사람들에게 큰 손뼉을 받은 바 있다.

 

공연을 마치고 윤은화 대표는 공연을 마친 소감을 “한국양금앙상블을 만들고 처음 한 연주회라 많이 부족했을 텐데 즐겨주셔서 청중들께 엎드려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제1회 연주회여서 전통어법에 맞는 음악 위주로 연주하여 청중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다음 연주 때는 청중들에게 익숙한 크로스오버 음악 특히, OST음악이나 서양 클래식 등을 연주하여 청중들에게 더욱 다가 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양금을 처음 보고 연주도 처음 들었다는 성북동의 양소희(27, 회사원) 씨는 “처음엔 생소한 양금 연주에 부담을 느꼈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환상의 섬’을 연주할 때는 곡의 이름처럼 나도 모르게 환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연주자들의 역동적인 연주 모습에 점점 함께 연주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2018 무술년 한해를 이 연주회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 조은남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