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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수호신이자 동반자인 행운의 복돼지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기해년 돼지띠 해 특별전ㆍ학술강연회 『행복한 돼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기해년(己亥年) 돼지띠의 해를 맞이하여, 2018년 12월 19일(수)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 Ⅱ에서 성(聖),과 속(俗)을 넘나들며 건강한 행운의 돼지를 재조명한 “행복한 돼지”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신 비갈라대장’을 비롯하여 ‘(저팔계)잡상’, ‘십이지 번(돼지)’, ‘시정(豕鼎)’, ‘돼지저금통’ 등 유물과 사진, 동영상 등 약 70여 점을 선보인다. 체험마당에서는 기념엽서에 새해 소망을 적어 가져가게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시 첫날인 19일(수) 낮 2시부터 5시까지, 기해년 돼지띠 해 학술강연회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연다. 학술강연회에는 김종대(중앙대 교수), 곽승현(선진기술연구소 양돈기술혁신센터 팀장), 하도겸(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박물관 안팎의 전문가들이 돼지와 관련된 생태와 생활문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번 특별전과 학술강연회는 오랫동안 사람의 곁에서 함께 했던 돼지의 상징성과 오늘날 사람과 공존하는 돼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잡귀를 몰아내는 신장이자 인간과 가까운 친구, 돼지

 

 

 

돼지는 십이지신(十二支神) 가운데 열두 번째로, 방향으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21~23시를 상징한다. 또한, 잡귀(雜鬼)를 몰아내는 신장(神將)이면서 동시에 우리 인간과 가까운 친구이다. 이번 전시는 ‘들어가기’, ‘1부. 지켜 주다_인간의 수호신 ', ‘2부. 함께 살다_선조의 동반자', ‘3부. 꿈을 꾸다_현대의 자화상', ‘끝내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돼지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들어가기]

 

다섯 행성인 수성ㆍ화성ㆍ목성ㆍ금성ㆍ토성에 대한 점성(占星), ‘별을 통해 점을 치다’를 근거로 오행(五行) 사상이 나타나 십이지(十二支) 사상으로 발전한다. 십이지 가운데 마지막인 돼지는 오행으로는 물[水], 방향으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21~23시를 상징한다.

 

[1부 지켜 주다_인간의 수호신]

 

원시사회로부터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는 샤먼(shaman)을 통해 ‘악(惡)의 화신’에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난다. 『서유기』에 나오는 인격화된 악신(惡神)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여 궁궐의 잡상(雜像)에 등장하는 선한 수호신이 된다. 약사여래신앙과 관련하여 해신(亥神) 비갈라대장(毘乫羅大將)은 가난하여 의복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하는 선신(善神)이다. 비갈라 대장을 비롯하여 ‘십이지신상 탁본’, ‘저팔계 잡상’ 등을 통해 지킴이로서의 신성한 돼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부 함께 살다_선조의 동반자]

 

속세로 내려온 돼지는 소중한 반려자가 되어 집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 신성한 제물이 되어 준 돼지는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의(祭儀)에 사용되고, 제기(祭器)인 시정(豕鼎, 가마솥에서 삶은 돼지고기를 떠서 담아 놓는 제기)에 반영되었다. 돼지는 《삼국지》 「부여」 조에 등장하는 저가(猪加)를 비롯해서 돗통시변소의 제주도 방언 등 우리의 삶 곳곳에 등장한다. 삶은 돼지고기는 삼해주(三亥酒) 등의 술과 함께 인간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십이지 동경’, ‘시정’, ‘돼지탈’ 등을 통해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했던 돼지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꿈을 꾸다_현대의 자화상]

 

베이비붐 세대인 1959년 기해년 생들이 이제 환갑잔치를 벌인다. 그들에게 오늘은 60년 전,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시절에 꿈꿨던 미래였다. ‘돼지저금통’을 보며 ‘절약’과 ‘저축’을 통한 부자의 꿈을 키웠고, ‘증자(曾子)의 돼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삼국통일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였던 돼지의 의미를 새기며 통일 내일을 꿈꿔본다. ‘이발소 돼지 그림’, ‘기문둔갑첩’, ‘돼지저금통’ 등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현대사를 반영했던 돼지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끝내기]

 

열두 띠 동물의 운동회가 열렸다. 모두 자신의 띠를 열심히 응원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마라톤에서 마지막 주자인 돼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내린 비에 홀딱 젖어 엉망진창이 된 돼지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자 모두들 일제히 “돼지 힘내라!”라고 응원한다. 꼴등으로 도착한 돼지에게 1등보다도 더 큰 환호성이 이어졌다. 완주한 돼지는 물론 응원한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 제주도 돗통시를 재현한 주머니 공간

 

집이라는 한자인 가(家)는 지붕[宀] 밑에 돼지[豕]가 함께 사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이다. 오늘날에도 전북 남원 지역과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 중국의 산둥성에도 친환경적 돼지 변소인 ‘돗통시’가 있다. 집 아래 일 층 화장실에서 돼지를 기르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돼지가 독사 등을 잡아 먹어주기 때문이다. 이를 재현한 포켓 공간에서 특별전을 위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통해 돗통시를 구현했다.

 

□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돼지’를 이야기하다

 

한편 기해년 돼지띠 해 학술강연회가 2018년 12월 19일(수) 낮 2시부터 5시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돼지, 복인가 아니면 게으름의 상징인가’(김종대, 중앙대 교수), ‘돼지의 생태와 동물복지’(곽승현, 선진기술연구소 양돈기술혁신센터 팀장), ‘돼지의 모든 것, 전시 기획자가 말한다!’(하도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3개의 주제가 발표된다.

 

김종대 교수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깃든 돼지의 존재와 민속상징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곽승현 팀장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제일종축의 사례를 가지고 돼지의 생태와 동물복지 문제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하도겸 학예연구사는 특별전 기획자로서 전시 시나리오에 따라 돼지와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 부별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이번 학술강연회는 인문학과 과학의 학제 사이 연계를 통해 돼지의 습성은 물론 문화적인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사람과 함께 하는 돼지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기해년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복돼지가 언제부터인가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뚱뚱한 사람에 대한 비속어로 변질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를 폄하할 정도로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한 번쯤 우리의 일그러진 어두운 그림자를 뒤돌아봤으면 한다. 이번 “행복한 돼지” 특별전을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